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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Oct 23. 2020

수영 배워 보는 거 어때요?

어머니는 내가 ‘-사’로 끝나는 직업이 되길 원하셨다. 전문적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은 대부분 ‘-사’로 끝난다는 이유였다. 바야흐로 2017년, 나는 어머니의 바람을 이뤘다. 수영 종목으로 2급 생활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도 이제 지도사, ‘-사’로 끝나는 직업을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다. 어머니가 뿌듯해하시겠지?

자격증은 '2급 생활스포츠지도사'라고 나와있다.

전문성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생활 스포츠 지도사’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전도사’로 불린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친구와 허리 아픈 친구에게 ‘수영’을 전도했다. 한 명은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턱 선을 되찾았고, 다른 한 명은 코어 근육이 튼튼해져 결혼까지 성공했다(코어 근육과 결혼이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여기까지는 다들 납득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받는 친구, 고민이 많은 친구에게 수영을 권유하면 코웃음을 친다. 모든 길은 수영으로 통하냐며 나의 전도를 거절한다. 왜 못 믿는지 모르겠다. 수영장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기적을 행해야 하는 걸까?


 고대 스파르타에선 ‘수영’이 군인의 필수 과목이었다. 요즘 핫한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에서도 힘든 훈련 중 하나라고 한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수영 훈련을 하는 이유는 강한 체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고된 회사 생활로 급격한 체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수영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검증된 체력 증진 운동이다. “너 체력 문제 있어?” 그렇다면 수영만 한 운동이 없다.


시간당 약 670Kcal를 소모(남성 체중 70kg 기준)하는 다이어트 깡패 운동이다. 거기다 수영장 물은 체온보다 훨씬 낮은 온도다. 겨울엔 여름보다 기초대사량이 약 10%가량 증가한다. 떨어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체지방을 연소하기 때문이다. 체온보다 낮은 수영장 물에서 운동을 하면 운동 칼로리와 더불어 체온 유지 칼로리가 필요하다. 물속에 있는 동안 추가적인 칼로리 소모가 발생하니 빠른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수영장으로 들어가자.


수영할 때면 다른 세상에 가는 것 같다. 부력 때문에 몸도 가벼워져 미지의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상태로 운동을 하다 보면 온갖 잡념이 사라진다. 물론 운동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있다. 하지만 평소 느끼지 못했던 환경을 경험하면 머릿속이 깨끗해진다. 회사에서 들었던 직장 상사 잔소리, 처리하지 못 한 업무가 물속에 들어오면 씻겨져 나간다. 막막했던 일들이 수영을 하고 나면 만만해진다. 거친 물살을 헤쳐나갈 때면 마치 나를 괴롭히는 장애물을 가르고 나가는 기분이다. 분명 물 밖에선 스트레스였는데, 물 밖으로 나오면 별거 아닌 일로 바뀐다. 이런 효능 덕분에 직장에서 깨진 날엔 '술'보다 '물'을 찾는다.

수영은 개인 스포츠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독하게 물살을 헤쳐나갈 것 같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수영은 단체 스포츠다. V자 대형을 유지하며 이동하는 철새 무리와 비슷하다. 선두에서 리더 새가 날갯짓을 하면 상승기류가 생긴다. 뒤따라오는 새들은 기류의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편하게 비행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맨 앞 선두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면 뒷사람이 조금 더 수월하게 헤엄칠 수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다음 사람이 1번으로 올라와 대열을 이끌어간다. 서로 배려하고 끌어주는 운동이다 보니 수영장에서 만나 결혼한 커플이 꽤나 많다. 결혼 후엔 같이 수영을 다니며 건강한 사랑을 보여준다.


이 정도면 수영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육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튼튼해진다. 사회적 건강도 책임져주는 수영은 매력적인 운동이다. 고민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수영장으로 가자. 그곳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지도사'라면 수영 영법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건강한 운동인 수영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을 전도해서 수영에 빠지게 하고 싶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도 복음을 전한다.

"수영 배워 보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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