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여섯 번째 영화, 형을 보고
첫인상은 참 중요하다. 처음 봤을 때 만들어진 이미지가 평생을 쫓아다닌다. 이 영화는 첫 이미지를 잘 살린 한 명의 배우와 첫인상의 이미지를 뒤집은 한 명의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눈도장을 쾅 찍은 조정석은 가장 어울리는 그 모습으로 종횡무진한다. 그리고 엑소라는 아이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배우의 얼굴이 된 도경수는 이번에도 아이돌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조정석과 도경수 주연의 영화 형은 조금은 식상한 형제를 소재로 한 영화라서, 그냥 그저 그런 성적을 거둘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흥행에 성공을 했고 평점도 꽤나 높았다. (지금 보니 평점이 순전히 영화의 평이라고만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워낙 팬층이 두터운 아이돌이 주연이라) 두 명의 주연 배우 모두 호감인 데다 박신혜도 나온다고 하니 평타 이상은 될 것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봤는데, 시작 10분도 지나지 않아 끝이 보였다.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유도 선수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동생과 사기죄로 감옥에 있다가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1년간 가석방 처분을 받은 형이 같이 살게 됐다. 이때부터 “지금은 원수보다 못한 사이지만, 영화가 끝날 때 동생은 자립하고 울면서 형과 헤어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용은 오차 없이 그 짐작대로 흘러갔고, 중간에 예상을 벗어났는데, 신파가 한 숟갈 더해졌다. 문제는 너무 울리려고 작정을 해서 슬프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는 슬픈 영화를 찾는 사람에겐 추천할 수가 없고, 오히려 웃긴 영화를 찾는 사람에겐 좀 더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정석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덕분에 가볍고 웃긴 장면들이 이어진다. 다만 영화 내내 욕설이 난무하기도 하고, 외모를 갖고 웃기려는 포인트들이 많아서 이런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 이 문단에는 스포가 있습니다 —
조금 비판을 하자면, 이 영화는 개연성이 너무 없다.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3개월 안에 죽는단다. 초반에 위임장 사기 쳐서 돈을 막 쓴 것도 전혀 수습되지 않았고 (자동차만 되팔고 끝남), 무엇보다 우애는 1도 남아있지 않던 배다른 형제가 순식간에 너무나 애틋한 사이가 된다. 올림픽 금메달 결정전 바로 직전에 마음의 동요를 일으킬 만한 소식을 전하고, 금메달을 딴 직후 형을 부르며 울부짖는 장면에선 정말 깜짝 놀랐다. 분명 2016년도 영화인데… :)
아쉬운 점은 분명히 많은 영화였는데, 잘생기고 연기 잘하는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을 앞세워 브로맨스를 보여줬으니 흥행에는 성공한 것 같다. 특히, 조정석이 이런 역할에 정말 너무너무 찰떡같이 어울리는 덕분에 초중반을 다 살려놨다. 후반부에 너무 신파로 빠지지 않았더라면, 개연성이라도 좀 더 갖췄더라면, 박신혜를 너무 병풍처럼 활용하진 않았더라면… 등 차라리 유쾌한 영화로 남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극한직업이 그토록 인기를 끌었는지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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