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림공작소 Nov 10. 2019

2. 딱 맞는 일정 관리 툴 찾아 삼만리

혼자 일 할 때와는 많은 것이 다르다.

이전 이야기

전주에서의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니, 일정표 안에 적힌 수많은 과제 하나하나가 더 크게 보였다.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그저 웹 페이지와 앱 화면 밖에 몰랐던 내가 책을 만들어야 한다. 크라우드 펀딩 시작까지 약 100일이 남았다.


시험이 눈 앞으로 다가오면 응당 책상 정리를 해야 하듯이, 프로젝트를 앞두면 당연히 일정을 짜야한다. 나는 혼자 일할 때 일보다 정작 계획 수립에 진을 빼는 일종의 생산성 툴 집착 증세가 있는 편이다. 디지털판 책상 정리라고 해야 할까. 일 못 하는 사람의 특징… 하지만, 이 과정을 항상 즐겼던 것은 아니다. 회사 다닐 때는 이 일이 정말 싫었다. 주 단위로 몇 %를 했는지 수치로 나타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40% 인지 60% 인지도 모르겠고, 100%가 됐다가 다시 뒤집히는 일도 허다하니 왜 이런 일을 하나 싶었다. 이제 퇴사한지도 오래되어서 일정 짜는 일을 싫어했던 사실조차 까먹고 있었는데, 최근에 딱딱한 기업문화의 대기업과 프로젝트를 해서 제대로 겪었다. 이번에는 이틀 단위로 진척 상황을 보고하고,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일정표를 수정하는 시간과 기획서를 쓰는 시간에 큰 차이가 없어서,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냐며 분개했었다. 생각만으로도 이 갈리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형식이 문제일 뿐이지 의도는 좋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혼자 일할 때와 팀으로 일할 때의 일정 관리

조직에서는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대로 진행하면 목표 일정을 맞출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보통 가로축에는 날짜, 세로축에는 과업과 담당자를 적고, 일의 진척 상황을 한눈에 나타내는 간트 차트로 관리한다. 반면, 나는 그동안 홀로 일해왔기에 간트 차트는 오버라고 생각했고, Notion으로 나만의 스타일로 관리했었다.


이번에도 평소 내 스타일대로 관리를 하려고 했는데, 이번엔 만만치 않았다. 예전에는 설령 내가 담당하지 않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프로세스라든가 얼마나 걸리는 작업인지 예상이라도 됐었다. 그러나 출판 분야는 처음인지라 우리가 적은 과제 하나하나의 무게를 어설프게 알고 있었고, 제작부터 판매, 홍보까지 전 과정을 거쳐 둘이서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챙겨야 할 것도 많았다. 둘이서 각자 나눈 분야를 밀고 나가면 될 일도 아니고, 서로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이어받아서 처리해야 할 것도 많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최근의 그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이 갈리는 추억(?)이었지만, 상황 파악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자, 이제 방향은 잡았으니 즐거운 툴 선정 시간이 남았다.


이걸 원해서 쓰게 되는 날이 오다니...



어떤 툴을 써야 할까

뭐든지 다 잘 되면 최고겠지만, 사실 그런 툴은 없다. 그렇다면 반드시 되어야 하는 기능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지 정리해봤다.

현재 상황을 한눈에 확인 가능 (예) 간트 차트

2명이 함께 써도 무료

둘 다 아이폰/패드/맥북을 쓰는 애플빠라서 iOS/Mac 앱 지원까지 하면 금상첨화


반면, 중요하지 않은 기능은 다음과 같다. 어차피 매일 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댓글 같은 커뮤니케이션

일정 앱 연동 기능


Notion, Google Spreadsheet, Dynalist, Trello … 행복한 고민



첫 번째, Notion

요즘 내가 가장 아끼는 툴이다. 생산성 툴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일정 관리가 잘 되는 것 이상으로, 예쁜 것을 정말 중요시하는데 그런 점에서 굉장히 높은 점수를 따고 있다. 엑셀만큼 황무지에서 시작하는 기분은 아닌데, 자유도가 꽤 높아서 입맛에 맞게 쓸 수 있는 점이 좋다. 즉, 미적 센스가 없어도 대충 쓰면 예쁘다 :) 


Trello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서 분야별로 과제를 쌓아놓고, 각 분야의 담당자가 맨 위에 있는 것부터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직관적인 UI를 제공하는 편이다. 다만, ‘업무 간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과, 달력과 합쳐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각 분야마다 업무의 순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간트 차트 구현이 안 된다. Trello UI에서는 간트 차트의 세로축에 있어야 할 내용들을 가로/세로로 나눠서 표현하고 있다. 이러니 날짜 축을 표현할 곳이 없다. (여담이지만, Notion에서는 Timeline View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몇 달째 공지만 하고 있어 사용자를 희망 고문하고 있다.) 


시간을 한 축에 놓을 수가 없어서, 전체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양한 일을 일정 내에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눈에 상황을 파악하는 기능이 가장 필요했다. Notion은 depth를 자잘하게 쪼개면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이번 프로젝트에는 맞지 않았다. Wiki 툴로 쓰기에는 참 좋다. 개인적으로 개발 관련 내용을 Wiki로 정리하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는데, Notion으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공유하기도 좋고, 구글링 검색도 되니 말이다. 잠깐 말이 샜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Notion은 탈락!



두 번째, Google Spreadsheet

요즘 가장 아끼는 툴이 Notion이라면, 올타임 넘버원은 Excel이다. 이건 뭐 따라올 수 없는 만능 툴인데, 맥을 주로 쓰면서 자연스레 Google Spreadsheet로 넘어왔다. 맥 쓰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Excel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여하튼, 가장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우리 부부가 글림공작소 일정이나 가계부 관리를 이미 Google Spreadsheet로 정리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연스레 선택했다. 필요한 기능은 다 만들어서 쓰면 되고,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어차피 필요 없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이걸로 간트 차트도 만들어서 한동안 불편 없이 썼었다. 그런데 점점 필요한 기능이 생겨서 기능 추가하고, 안 예쁜 것 같아서 조건부 서식의 컬러 바꾸느라 시간을 한참 쓰다 보니 현타가 왔다. ‘도대체 누가 본다고 이걸 이렇게 열심히 만들고 있지…’  그러다 구글링 한 번 해보니 간트 차트 지원하는 서비스가 수두룩했다. 


예산 관련된 메모가 많았기 때문에 엑셀의 계산 기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그 외에 문서 정리 용도로도 부족함이 없으니 그런 용도로는 계속 쓰기로 했다. 그런데 그놈의 ‘한눈에 상황 파악하는 기능’이 여전히 아쉬워서 전문 프로그램을 다시 찾기로 했다.


앱은 언제 만들려고 저러지...



세 번째, Team Gantt 

구글링 해서 찾으니 서비스가 무척이나 많았다. 간트 차트로 검색을 했으니 기능은 갖췄는데, 비용과 앱 지원 여부가 문제였다. 이 기능의 수요가 큰지 대부분 유료 서비스였고, 무료 서비스는 굉장히 제한적으로 제공되어 대충 만들어 쓰는 것보다도 못하거나, 한 달만 무료로 제공했다. 그런데 Team Gantt라는 서비스는 무료 사용자에게도 꽤나 후한 편이다. 3명 이하의 사용자에는 완전히 무료라서 우리 둘이 쓰기에는 충분했다. 


기능면에서도 굉장히 훌륭하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는 거의 다 있었다. UI가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엑셀로 만든 것보다는 훨씬 편했다. 가장 필요한 기능은 선결 과제를 지정하는 기능이었다. 예를 들어, 책에 실을 단편이 선정되어야 번역을 진행할 수 있고, 일러스트 제작이 완료되어야 굿즈 디자인이 시작될 수 있다. 앞서 진행되어야 하는 일의 일정이 밀리면 뒤의 일도 같이 밀려야 하는데,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일정표를 수정하는 것도 일이 됐다. 이 서비스에서는 앞의 일만 일정을 수정하면, 뒤의 일은 알아서 조정이 되니 그런 점이 편리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앱이 아닌 브라우저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PC에서만 제대로 쓸 수 있고, 모바일에서는 차트가 아닌 리스트로만 확인할 수 있어서 살짝 아쉽다. 그래도 이 정도면 주변에 추천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나 같은 경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잘 안 쓰는 브라우저를 이 서비스 전용 브라우저로 쓰고 있다. 트랙패드를 쓸어 넘기는 것만으로 Notion과 Team Gantt로 넘어가기 때문에 일정을 체크하기에 참 좋다. Notion은 책 출판과 관련 없는 개인 일정 관리용으로 쓰고 있다.


Team Gantt 앱이 없어서 Safari를 전용으로 쓰니 전용 앱 느낌(?)이 난다


드디어 끝! 분명 시간을 많이 썼는데, 일정표 안에 적힌 일들은 그대로다. 그냥 예뻐졌을 뿐이다. 이제 이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야 이 여정도 끝이 난다. 일사천리로 쭉쭉 나가면 좋을 텐데, 시작하자마자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다른 매거진의 최신 글


▪︎ [매거진] 대기업 직원에서 1인 기업 대표로

▪︎ [매거진] 우리가 함께 본 영화


매거진의 이전글 1. 웹밖에 모르던 내가 책을 출판하게 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