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아홉번째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보고
이상한 가면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얼굴이 하얗고 대머리인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딱 그 정도의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영화였다. 개봉 당시 인기는 많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마블 영화도 안 볼 정도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진작에 취향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았으련만. 이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빵빵하게 봤어야 하는 영화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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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매드맥스일까 했는데, 이만큼 잘 맞는 제목도 없겠다. 말 그대로 미친 영화. 광기가 극에 달했다. 톰 하디가 탈출하려다가 다시 잡히고 마는 오프닝부터 마치 게임 액션 같은 영상을 보여주더니, 그 텐션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서사도 놓치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의 속편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설명이 되지 않는 내용도 있다. 왜 맥스는 환영에 시달리는지, 누구를 지켜주지 못 한 건지 등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전체 내용을 따라가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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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놀랐고 끝나고는 더 놀랐었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보는 반면, 아내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고 재미있었다며 이번에 또 봤다. 1시간쯤 지났을까. 영화가 한창일 때, “그거 알아? 저 장면들 CG 아니래.”라는 말에 충격. 여태까지 본 모든 장면이 다 CG 같은데, CG가 아니라니. 물론, CG가 100%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렇게 황당한 액션 장면을 만드는데 CG를 20%밖에 안 썼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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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난 후 인터넷을 찾아보며 더 놀랐던 점은 이 영화의 감독이 무려 70세의 노장이라는 것. 여태까지 본 모든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스타일이 독특하고, 액션 연출도 너무나 세련됐는데 감독이 70세라니. 40년 전에 직접 연출한 작품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를 연출하면서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쏟아낸 느낌이다. 거장이 약 빨고 만들었다는 말이 가장 적합한 표현인 듯. 게다가 임모탄 역할의 배우도 그 정도의 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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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분이라는 러닝타임 중 액션 장면이 100분은 될 것만 같은, 액션 순도 100%의 영화. 게다가 장대를 활용한 액션이나 여러 대의 자동차가 끝도 없이 달리며 중간중간 폭발하는 그런 영화가 실제로 촬영한 것이며, 달리는 차의 맨 앞에 톰 하디를 매달고 달리는 장면 또한 CG가 아니라니 그렇게 대담하게 촬영을 계획하고 실제로 했다는 점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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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미친 액션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였지만, 메시지도 마음에 들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녹색의 땅마저 없어져 버린 것을 알았을 때, 퓨리오사는 160일을 달려 새로운 희망의 땅을 찾을 생각이었지만, 맥스는 임모탄을 제거하고 시타델을 장악할 것을 제안한다. 불확실성에 기대지 않고 확실한 길을 택하는 것, 어려운 길일지라도 확실한 방향으로 가는 것, 어떻게 보면 가장 무식한 방법이지만 오히려 확률이 높은 방법이기도 하다. 160일 달린다고 해도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 말이다. 가끔은 무모해 보일지라도 저지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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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톰 하디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덩케르크에 이어서 또 얼굴 못 보겠네 싶었는데 나중에는 제대로 봤고, 샤를리즈 테론은 정말 천의 얼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20년이 넘도록 꾸준히 출연하면서 (2000년대 초반이 전성기였지만, 요즘도 다시 굵직한 영화에 많이 나오는 듯) 몬스터나 매드 맥스같이 파격적인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샤를리즈 테론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모르고 봤다면, 끝까지 누군지 몰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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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들을 살펴보니 제작 비화가 상당하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나온다 안 나온다 등 말이 많았다고 하는데, 후속작의 제작 또한 순탄치 않다. 3부작까지 고려해서 기획되었으나 법적 문제로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고 하는데, 애초에 몰랐으면 편했을 것을 :) 감독 생전에 꼭 만들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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