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째 영화, 킹스 스피치를 보고
말을 더듬는 왕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한다는 이야기. 말 더듬는 것을 고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기에, 보기에 따라선 정말 소소한 내용이다.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밑바닥의 삶에서 끝내 꿈을 이루는 이야기도 아니다.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자란 왕가의 후손이 준비된 연설문을 직접 읽어낸다는 것. 비약이 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영화 내용 자체는 좀 심심한 편이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왕위에 오른 조지 6세가 나중에 어떤 왕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연설이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흥미롭게 봤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관련 자료를 검색하며 보는 시간이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이게 다야?”라는 소리가 나올 만 했다. 비록 주요 스토리는 다소 심심할지라도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 중에 마음에 드는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
콜린 퍼스의 연기는 굳이 말할 필요 없을 정도로 정말 훌륭했으나, 개인적으로는 라이오넬 로그 역의 제프리 러쉬 배우가 참 좋았다. 신분을 뛰어넘어 친구처럼 지내는 언어 치료사라는 역할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실제로 왕의 이름을 부르지는 않았다고 함), 그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 데에는 배우의 역할이 상당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다른 영화에서는 본 적이 없거나 봤어도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데,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영화 초반에 살짝살짝 흘러나온 음악이 좋았다. 잔잔한 연주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 음악이 마음에 들어 찾아보니 The King’s Speech라는 곡이다. 마치 오만과 편견의 Dawn 같은 느낌으로, 조용하게 틀어 놓기에 좋은 곡이라서 앞으로도 종종 찾아 듣게 될 것 같다. 혹시 다른 좋은 곡도 있을까 해서 OST 앨범을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아직 다른 곡은 끌리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잔잔한 음악과 영국 감독 연출, 종합 선물 세트처럼 나오는 영국 배우 (해리포터 출연 배우가 은근 많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조용히 끌어당기는 이야기 등 굉장히 워킹 타이틀스러운 영화였는데, 의외로 워킹 타이틀 제작이 아니다. 인터뷰 글을 찾아보니 워킹 타이틀 측에서 놓쳐서 아쉬운 영화 중 하나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형인 에드워드 8세의 존재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보면서 양녕대군이 떠올랐는데, 만약에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놓지 않았더라면 영국의 미래는 어찌 됐을지 궁금해진다. 2차 세계 대전은 또 어떤 양상으로 흘러갔을지도. 영화 속에서는 철부지로 그려졌지만 머릿속에서는 양녕대군이 오버랩되어서 마냥 철부지처럼은 안 보였는데,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나치와 관련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언제나 역사는 상상을 뛰어넘는 듯.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역사와 떼어 놓고 볼 수가 없다. 특히 2차 세계 대전에 대해 잘 알면 훨씬 더 재미있게 봤을 것 같아서, 2차 세계 대전 관련 자료에도 자꾸 손이 가게 만든다. 타고난 연설가이자 선동가이지만 사상이 비뚤어진 히틀러와 왕가의 후손답지 않게 말을 더듬지만, 전쟁 기간 내내 버킹엄 궁전을 떠나지 않은 조지 6세의 대비되는 모습, 이 대비가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는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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