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번째 영화, 인투 더 스톰을 보고
원래는 잔잔하디 잔잔한 영화를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짧고 굵은 영화를 찾고 있다. 그렇게 히어로물, 범죄, 스릴러, 액션, 세기말 등을 건드리다가 눈길이 닿은 곳이 자연재해. 처음 들어본 제목과 배우들, 개봉을 했단 사실조차 몰랐는데 200만 명이 넘는 흥행, 네이버의 호평 일색인 댓글들에 끌려 보게 됐다. 이렇게 인지도 낮은 배우로 200만 명이라면 진짜 괜찮은 영화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
90분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허리케인, 이 2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내용은 굉장히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등장인물은 꽤나 많은 편이다. 다른 재난 영화도 그렇듯이, 재난을 마주하게 됐을 때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자 그런 듯하다. 재난 영화에 꼭 있는 민폐 끼치는 누군가가 나오고,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설치는 캐릭터도 나오고, 정의롭게 목숨 던져 사람을 구하는 인물 등도 나온다. 다행히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짜증 나거나, 신파로 흐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 인물로 분산되어 초반에 집중이 안 되긴 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허리케인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화산 폭발, 쓰나미, 지진, 유독가스, 전염병, 선박 사고, 행성 충돌 등 다양한 재난 영화를 접했지만, 허리케인은 처음이었다. 강력한 허리케인이 덮치는 장면은 처음 보는 그림인 데다, CG도 사실적이어서 초반에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과했다는 것. 아무리 허리케인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저 정도는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초중반까지는 정말 저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공포가 생겼다. "살면서 저런 일 안 당해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갈수록 물음표가 생겼다. 당연히(?) 90분 동안 허리케인은 점점 세져서 다시 나타나는데, 후반부에는 그 정도가 많이 과했다. 사람이며 자동차며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휩쓸려 버린다. 어느 정도 지면에서 뜨는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날아가버린다. 하늘에 떠다니는 차가 갑자기 눈 앞에서 떨어진다든가 (해운대에서 컨테이너 박스가 떨어지는 장면처럼), 갑자기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조금 극적인 부분이 줄어들더라도 조금 덜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런 재난 영화는 현실에 기반할 때 그 공포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니. 물론, 이렇게 큰 허리케인이 안 생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영화 속 허리케인처럼 시속 450km는 상당히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지금 미국 동부와 바하마를 덮친 초대형 허리케인도 시속 300km라고 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배우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프리즌 브레이크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반가운 얼굴이 나온다. 사실상 홍일점이었던 사라 탠크레디가 이 영화에서 기상학자 역을 맡아 주연으로 나온다. TV 드라마의 조연 배우가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아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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