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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Sep 17. 2019

13년이 지나도 굳건한 벽

여든두 번째 영화, 타짜를 보고


개인적으로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중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개봉한 타짜 3편의 부정적인 평은 1편에 대한 향수를 불러왔고, 아내가 여태 이 명작을 안 봤다길래 이번 연휴 때 같이 보게 됐다. 나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본 이후 처음이니, 무려 13년 만이었다. (시간이 그렇게나… ㅠ)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몇몇 짤로 익숙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까먹은 덕분에, 나 또한 처음 보는 영화처럼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서 전우치를 제외하고는 전부 극장에서 봤는데, 이 감독의 장점은 팀을 이뤄서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빛난다. 그리고 그 일이 일반적인 시각으로 안 좋은 분야의 일이면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을 털거나 도박을 하거나, 다이아몬드를 빼돌린다든가… 그 이유는 정말로 그쪽 세계의 언어일 것만 같은 리얼한 대사들과 찰떡같이 소화해내는 배우들 때문일 것 같다. 


주연인 조승우, 김혜수, 유해진, 백윤식은 물론이고, 요즘 이상하리만치 화제가 되고 있는 김응수(곽철용 역)와 아귀로 존재감을 드러낸 김윤석까지. 정말 구멍이 하나도 없다. 약간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최동훈 감독의 주조연들은 항상 구멍이 없다. 예를 들어, 전지현은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배우였지만 적어도 도둑들에서는 전혀 그런 언급이 없었다.


여하튼, 이번에 다시 보면서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아귀 역할의 김윤석. 아귀 역할을 시작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셈이니, 처음 볼 때는 ‘기분 나쁘게 연기 잘하는’  느낌만 받았었는데 이제 다시 보니 완전히 달라 보였다. 말 그대로 주연 포쓰가 철철 넘치다 못해 흐르는 느낌. “싸늘하다”로 시작하는 마지막 한 판은 패러디 장면으로 너무나 익숙해서 진지해야 할 장면에서 웃음이 나오는 게 문제라면 문제고, 오히려 기차역 화장실에서 고니를 마주친 그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다. 몇 마디 되지 않는 대사에서 무시무시한 아귀의 면모가 드러난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곽철용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기억이 잘 안 났는데, 요즘 너무 많은 화제가 되고 있어서 곽철용이 나오는 장면마다 웃음이 났다 :) 13년이 지나서야 화제가 되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 


나는 타짜 2편도 3편도 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쭉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일단 감독이 이런 류의 영화에 관한 한 압도적인 일인자이며, 배우들의 무게감도 너무나 다르다. 13년이란 시간 동안 그들이 쌓아 올린 것들 때문에 더 커 보이는 것도 있겠지만, 당시로 되돌아간다 하더라도 한 명 한 명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타짜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화제가 될 터이니, 더 이상의 속편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타짜 1편의 붐을 다시 불러온 것처럼 범죄의 재구성도 회자됐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한글 자막 켜놓고 보면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나 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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