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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Oct 01. 2019

말이 필요없는 배우와 감독의 조합

여든세 번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고


개인적으로 올해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기대했던 영화 중 하나였던 영화였다. 나의 최애 배우 중 한 명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최애까지는 아니어도 믿고 보는 브래드 피트와의 만남, 더군다나 이 두 명의 배우는 이미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와 버스터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적이 있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그랬다. 무조건 잘 나왔으리라 믿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내 눈으로 보고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최대한 아무 것도 접하지 않고,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극장으로 향했다. 예매 직전에 관람평 2개 정도만 봤는데, 하나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의견이었고 다른 하나는 타란티노 영화답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뭐가 됐든, 좀 지루한가 보다...라는 생각만 했는데, 너무 안 알아보고 간 것이 조금 아쉬웠다. 환상적인 캐스팅과 충격적인 그 사건을 영화화했다는 것만 안 상태에서 극장으로 향한 것은 내 실수였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영화의 주인공 릭 달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클리프 (브래드 피트)가 실존 인물로 알고 있었다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이 정도는 알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ㅠ) 마고 로비가 연기한 샤론 테이트나 그의 남편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희대의 살인마 찰리 맨슨, 문제의 역할이었던 이소룡마저 실존 인물을 그대로 그렸기에 다른 모든 역할도 실존 인물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끝으로 갈수록 집중하는 포인트가 달랐다. 도대체 그 사건은 어떻게 다루려는 걸지, 이상한 포인트에서 혼자 긴장했다 :) 


이 영화는 그 끔찍한 사건을 그대로 그려내고자 한 영화가 아니었다.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은 사건을 그대로 다루는 줄 알아서, 내심 걱정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잔인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감독이니... 다행히도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1969년의 LA, 특히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고, 한물 간 배우와 그를 믿어주는 매니저의 이야기를 그린 점에서 라디오스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따뜻한 영화였다. 그래서 타란티노의 영화답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마지막 20분 전까지는. 


이런 부분 때문에 그의 영화답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뭔가 맥락 없이 시작하는 수다 같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조여 온다. 초반에 알 파치노와의 대화도 그랬다. 서로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 시간이 갈수록 한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묘사도 그렇다.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지.. 싶은 장면과 인물의 등장도 나중에 보면 다 닿는 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정말로 왜 나오는 거지.. 싶은 장면도 많았다. 기존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특히 더 많았다. 그래서 좀 루즈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나는 워낙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지루한 것을 잘 못 느꼈지만 :) 


배우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최애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보다 브래드 피트가 정말 멋졌다.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남자가 봐도 너무 멋있다. 이 배우가 어찌 50세를 훌쩍 넘긴 배우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 그리고 역할 자체가 굉장히 매력 있는 역할이었다.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임팩트나 캐릭터의 매력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 반면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의외로 웃긴 역할을 굉장히 잘한다. 특히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도 그렇고, 여기에서도 원맨쇼처럼 혼자서 폭주하는 장면을 잘 연기하는 듯 :) 


예상외로 국내 흥행은 매우 안 좋고, 그래서 서두르지 않으면 조만간 극장에서 못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점유율 떨어지는 영화를 극장에서 오래 걸어줄 리가 없으니.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재미있을 영화는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중 1969년의 LA에 향수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타란티노 영화를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까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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