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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May 20. 2019

6개월의 프로젝트: 2018. 11. ~ 2019. 5

무엇을 배웠나?

드디어 출국이 내일로 다가왔다. 우승만을 목표로 달려 왔다. 우여곡절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내일 이 시각이면 우리는 태평양을 다시 넘고 있을 것이다, 비장한 각오!로!! "국가대표선수"라는 호칭이 익숙하도록 자꾸 이 이름으로 불렀다.  언제 또 이렇게 서로를 불러볼 것인가 싶었다. "국대"라 부르면 느낌이 다를 것 같았다. 6개월이란 시간 동안 이 프로젝트에 들인 시간은 후회가 없다.  짱이는 "후회하지 않을 만큼"을 기준으로 "오뚜기"처럼 걸었고, 기회가 보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 드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차분히 reflect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1. 스스로를 "오뚜기"라고 불렀다.  



"충분히 했네, 이제 여기까지인가 보다"라는 우리들의 말에, "아니야, 아직 대회까지 시간이 있어"라며, 끝까지 가능성의 줄을 쥐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STEM이 아니라, STEAM이다.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공학 등을 활용하여 기구를 만들어서 전 세계에서 비행기로 실어서 오고, 시합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을 "연극"으로 해야 한다. 짱이는 팀원들과 시나리오를 한 달 내내 기획하고, 며칠을 끙끙대며 8장 짜리 영문 대본을 만들었다. 읽어 보고, 시간을 재어 보고, 다시 팀원들 입장에서 읽어 보고, 녹음해 보고를 거듭하면서 5장으로 줄였다. 리허설을 하면서 실제 그 역을 할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또 다시 다듬기를 반복했다. 징했다. 웬만하면 그 정도 하지...란 말을 듣고도, "왜? 아직 더 할 수 있어"라는... 오뚜기였다.  



2. 사람들의 성향, 자신의 성향 등에 대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환경 등에 대해 파악을 했다. 



스스로 팀 리더로서의 역할을 정하고 팀원들을 챙겨 갔다. 자신이 푸시를 할 경우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 푸시를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되면, 아쉽지만 내려 놓을 줄 아는 것, 제한된 시간에서 최소한을 목표로 하는 것 등을 조금씩 이해해 갔다. 녀석은 그 누구가 연락이 와도 프로젝트로 들어갈 때는 이틀 씩 답장을 하지 않았다. 한 순간도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프로젝트로 시간이 쫓기지 않을 때는 몇 시간씩 시청하는 유투브도, 레이디버그가 깜짝쿵 올라와도 폴짝 폴짝 뛰면서도 결코 클릭하지 않았다고 한다. 쫌 독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반면, 매일 저녁 꼭 하는 일과가 있었는데 음악 듣기였다.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물어 보니, "음악으로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최소한 하루에 한 시간은 있어야 해. 이 시간을 갖지 않으면 난 다음 날 몸이 개운하지 않아"라고 한다. 마미의 명상 시간과 같은 것이 음악을 듣는 시간이라고 한다. 



3. 의리가 있는 녀석이라는 것을 문득 문득 발견했다. 



짱이는 국내팀을 승리로 끌고 왔던 팀을 1기, 세계대회를 같이 가는 팀을 2기라고 부르고, 이 두 팀의 연결에 늘 마음을 따로 썼다. 미국 대회를 같이 가지 못하는 팀원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한 스탭씩 나아갈 때마다 소식을 알려 주고, 팀 스피리트를 이어 갔다. 2기들이 단체 티, 뱃지, 명함 등을 제작할 때 1기들의 이름이 없는 것에 마음이 아파했다.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 이 녀석의 이런 모습이 나에게는 가장 감동이었다.



4. 팀 프로젝트였기에 배웠던 점들이 있었다.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친구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였다. 어릴 때 부터 공구를 가지고 놀았고, 심지어 자신의 공구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공구에 대해 호기심이 커졌다. 지금까지는 과학에 더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 관심이 사실은 "공학"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여중을 다녔는지라, 이번에 남자 팀원들과의 협업이 처음이었고 뜻밖의 것들을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5. 부모의 역할은 분명 존재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자녀들의 이야기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우리는 공감했다. 자식들이 설혹 부모와 의견이 다를 때도 "무작정 안돼"가 아니다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떤까?"라고 물어 줌으로 써 스스로 생각을 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짱이는 주장했다. 그래야지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기억해 낼 수 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6. 과연 지도해 줄 어른이 있어야 할지 다른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은 어려웠을 것 같다. 



이번에도 청소년들은 하나 하나 스스로 파악해 갔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충분히 스스로 찾아낼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이 정도가 우리가족이 관찰하고, 지난 6개월 동안 배운 바이다. 1만 5천 명이 모이는 최대 규모의 글로벌 대회에서 우리가 또 무엇을 배워서 올지 기대도, 계획도 하지 않는다. 단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뚜벅 뚜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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