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좌절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좌표가 되길 희망하며.
LA 트레이닝은 충분한 도전을 주었다. 처음 만난 40여 명의 굴곡 깊은 스토리는 한 숨에 내 안으로 받아 들이기에는 벅찼다. 하지만, 내가 평생 동안 궁금해 했던 분야의 전문가들이며, 짐작도 못했던 사회적 문화적 경험들을 하고 있고, 평생을 노력한다 해도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적 미션을 리드하고 있는 리빙 라이브러리들과 보내는 시간이라서 한 개도 빠뜨리지 않고 다 흡수하고 싶었다. 내가 한 없이 작아지는 것을 여러 차례 느꼈다. 남들이 이야기할 때 설마 그럴까라고 갸우뚱 했던 일들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영어를 외국어로 익히면서 느끼는 좌절은 나도 익숙했지만, 해외에서 오래 살아서 거의 그쪽 사람이 다 되었다 하더라도 외국어가 주는 긴장감과 부담은 여전하다고 하던 이야기 마저도 기억이 났다. 트레이닝을 마치고, 여유를 챙기며 짱이와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짱이는 발을 구르며 공감했다. “엄마는 그래도 교육이 이틀이지, 나는 3주나 되었어. 내가 매일 매일 얼마나 힘들었겠니? 더구나 디베이트 수업 들을 때는 정말 정말 힘들었어, 휴우~~” 그랬구나…….. 이제야 네가 얼마나 힘들게 그 시간들을 버텼는지 짐작이 되는구나, 애썼다. 이틀 동안의 연수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불편한 것을. 넋 놓고 속상해 할 수만은 없었다. 자신감이 흔들리면 교육을 충분히 소화하는게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내가 느끼는 좌절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스스로를 틈틈히 다독였다. 이 그랜드 프로젝트를 위해 나는 준비에 소홀함이 없었는지를 물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여러 가지 생각해 내었고, 바로 액션에 옮겼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일”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이 프로젝트가 출국일 직전에 내 시선을 잡았다. 무엇을 해 볼까? “1일 1 나를 위한 노력”! 좋았어, 이거다. 이 프로젝트로 올해 마음 먹고 지금까지 무사히 실천하고 있는 매일 매일 글쓰기를 연말까지 쭉 이어가자 싶었다. 그리고…… 그리고….. 할까 말까….. 다음에? Why not now? 무엇이 나를 못 나아가게 하고 있나? 주저 앉아서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진정 드러내고 실패하더라도 일단 시도해 볼 것인가? 그래, 온 몸과 마음으로 터닝키를 돌려 보자. 실패의 가능성, 두려움의 포인트를 파악했으니, 이제 인정하고 점프.
내가 지난 주에 느낀 좌절, 영어로 트레이닝을 받으며 느꼈던 묵직한 부담감은 내가 존경하는 분들이 영어를 생각할 때 마다 느끼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고도 충분했다. 더구나 영어가 뭐라고 아이들 사이에서 필요 이상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도 늘 마음에 걸려 있었다. 누구든지 영어를 가볍게 접근하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영어를 익힐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신청 마감 일자가 9월 18일이었다. 미국에서 17일 정오에 비행기는 이륙할 예정이었다. 16일 늦게까지 소개 글을 작성해야 했다. 공지 자체가 터무니 없이 늦었으니, 홍보는 이미 포기! 참가 인원은 몇 명으로 하지? 20명, 15명, 10명…. 아무도 신청 안 하면 어쩌지? 설사 참여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100일 뒤에 후회하면 어쩌지…… 마음을 모으고 가장 이상적인 커뮤너티 멤버들의 숫자를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20명을 모집으로 결정했다. 17일 아침에 간신히 프로젝트가 승인이 났다. 나는 그룹 톡에 링크를 올렸다. 드디어 18일 오후 5시가 넘어서 한국에 도착하고, 인원 수를 확인했다. 인원수는 정원을 가득 채우면서 마감이 되었다. 휴….
떨리는 마음으로 애써 힘을 내면서 드디어 9월 20일, 100일 프로젝트의 첫 날을 맞이했다. 에너지가 좋은 멤버들은 다들 신나게 시작을 했다. 모두가 이렇게 하는건 처음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부분들도 여러 번 나왔다. 함께 수다로 해결해 갔다. 각자가 듣고 싶은 영상들도 찾아서 소개도 했다. 한 분 한 분이 어떤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살며시 보일 듯 말듯 했다. 이렇게 매일 매일 20분 이상씩 영어로만 듣다 보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질 것이고, 한 발자국씩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100보만 다가가 보자. 오늘 올렸던 유투브 영상들이 이 분들이 100일 뒤에 듣고 싶어하는 그 영상들일 것이다. 100일을 하루 처럼 걷다 보면 어느 날은 조금 더 걸을 수 있는 날도, 힘이 들어서 꼼짝도 못할 날들도 있을 것이다. 끝까지 계속 걸어가자.
100일이 종료가 되는 시점이 아니라,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시작날이라는 것도 태평양 건너에서 마음을 먹고 왔다. 아주 긴 여정의 첫 날이었다. 외국어를 구사하는 일을 퍽 새로운 방식으로 실험 & 디자인해 본다. 이 프로젝트는 성공일 것이다. 왜?
성공할 때까지 디자인해 갈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