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Oct 04. 2019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열려라 참깨!

전문직 여성들이 서툰 실험을 하는 곳, 샌프란 Double Union!

2017년 여름 저희 패밀리의 탐험 주제어는 "메이커스페이스"였고, "The Road Not Taken"이었습니다. 가족 여행이라 하더라도 직업정신이 발동하여, 항상 날짜와 시간 단위로 촘촘히 계획을 짜서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큰 마음을 먹고, 무계획을 계획으로 삼고, 확실한 일정이라고는 돌아오는 비행기표만 가지고 탐험을 떠났습니다. 중딩이에게 인생이란 것이 정해둔 일정대로 움직인다기보다는 "길을 만들어 가면서 가는 것이더라"라는 것을 함께 경험하도록 해 주고 싶었어요. 결과부터 소개한다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 선택이었어요.



샌프란시스코의 Girls Garage를 들렸을 때 예상치 못했기에 더 큰 감동을 받았던 것만큼 좋은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때 추천받은 곳이 더블 유니언~ 여행 일정을 잡지 않고 내 마음속 나침반을 따라서 움직여 본다가 계획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바로 이 곳으로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ㅎㅎ 이 곳 주소만 달랑 들고 이동하면서 핸드폰을 돌리며 급하게 조사한 바에 의하면 더블 유니언은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이 되고, "약속 없이는 방문을 사절"하는 곳으로, "멤버는 기존 멤버들의 추천"으로만 받는.... 그야말로 진입장벽이 높은 곳이었어요.  중딩이가 바로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고, 바싹 붙어서 듣고 있는데..... 가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건 아닌지....... 길은 과연 열릴 것인지... 하하하.. 쫄깃쫄깃 ~~ 

인적이 드문 Bay Area에 그것도 퇴근시간이 가까워진 오후 5시 이후에, 해까지 슬금슬금 지고 있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곳으로 도착했습니다. 중딩이는 얼른 달려가서 이 건물이 맞는지 주소와 건물명을 확인합니다. 


"엄마, 맞아 맞아, 우리 제대로 찾아왔어. 근데 이제 어쩌지?"

합니다. 전들 알겠습니까. 에헴.... 일단 초인종을 눌러봅니다. 한 번, 두 번,..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퇴근 시간 이후입니다.... 퇴..근..했구나...


"헬로~~~" 헉! 사람이 있다. 

딸은 제 등을 탁 칩니다. 

"헬로! 익스큐즈미~~" 


이렇게 떨릴 수가~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 것뿐 아니라, 늦은 시간에 들르는 불청객, 누구의 소개도 받지 않고 그야말로 어디선가 나타난 홍길동 같은 저였습니다. 

 
"철커덩" 문이 열리고, 이 분은 저희를 맞으러 친히 현관까지 나왔습니다. 횡재다!
실례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하면서 이 분을 따라 더블 유니온으로 올라갔습니다. 


"아까 내가 열려라 참깨라고 주문을 말했었나? 아.... 나... 왜 이렇게 운이 좋지?"

이제 여유가 생겼는지 속으로 이 상황을 만끽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메이커 몇 명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공간작지만 코지한 분위기에서 멤버들의 마음이 하나하나 느껴지는 듯했어요.  2013년에 만들어진 더블 유니언은 샌프란 근교에서 여성들이 중심이 된 각자가 메이커 스페이스를 이미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 여성리더들이 자신들의 노하우와 어려움을 기꺼이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탄생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생각을 처음 나눈 곳이 Adacamp 라는 곳이었고, "What if AdaCamp 같은 곳에서 우리가 1년 내내 만나서 협업을 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에서 더블 유니언을 만들자는 생각이 현실화되었다고 합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세상을 만드는군요! 멋져!  

우매한 질문인 듯 하지만, 이 곳에서 또 물었습니다. "메이킹 작업을 할 때 남성들과 함께 하면 여성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진짜 있느냐?" 저희를 맞이해 준 분이 웃으며 설명합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기도 불편하고, 기계나 공구를 서투르게 만지는 것도 놀림을 받는 경우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합니다. 이 곳에서는 그 어떤 실험이라 하더라도 편안하게 완전 초보로 해도 그 누구도 비웃지 않고, 혹 전문가가 있다면 기꺼이 그 스텝 스텝 과정을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멤버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해 보고 싶어 하는 경우에 회원 가입을 한다고 합니다. 


                                         진정 융합의 스파크가 일어날 듯했어요. 


메이커 스페이스로 보기에는 의외의 "소꿉놀이 세트?" 자연스럽게 물어보았고, 회원 중 한 명이 갖다 두었는데 거부하는 멤버가 없어서 한쪽에 디스플레이해 두고 즐긴다고 합니다. 이 자연스러움이 다른 메이커 스페이스와는 차별화되는 분위기였어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 메이커스페이스라면서, 어떤 것은 메이커 스페이스에 어울리고, 어떤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저울질을 하는 것 자체가 메이커적이지는 않다고 깨달았어요. 

2층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도서관"과 대형 프린터 기계. 이 기계도 회원 중 한 명이 기증한 중고 상품이긴 하지만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마련하는 행사들에 임팩트를 넣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작은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회원들이 이 곳에서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아끼던 책 중 이 곳에 어울리는 책들을 기증하고 함께 보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을 삼삼오오 가지고 와서 만들어진 컬렉션. 회원비로만 운영이 되는 곳이기에 모든 것이 알찼고 소규모였습니다. 기관이나 정부 등의 펀딩이 들어오게 되면 "회원들만을 위한 공간"이 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100퍼센트 자생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인상적이었어요. "신입회원을 맞이하는 과정"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더블 유니언은 "회원을 위해 존재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페미니스트를 지향한다고 남성을 배척하는 것은 결코 아니고, 포용적 젠더의식을 지향한다"라고 설명합니다. 회원들끼리만 있게 되면 새로운 생각을 못 받아들여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회원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신입회원들을 영입함으로써 기존의 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싶지도 않다고 설명합니다. 신입 회원은 기존 회원의 추천이 일단 기본이고, 그다음 절차로 내부에서 검토를 해서 신중히 결정이 나면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기존 멤버들과의 조화도 고려하고 새로운 영역에서 오는 전문가가 신입회원. 배타적이지도 않고 선별적이고 섬세한 접근법이 인상적이었고, 좋았습니다. 

중딩이는 더블 유니언에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습니다. 배타적이지는 않으나 선별적인, 그리고 포용적인..... 더블 유니언 만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중딩이가 직접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무척 흐뭇했습니다. 이 곳은 저의 관심사인 여성 네트워크, 우리 가족의 관심사인 메이커 스페이스 등이 오묘히 겹치는 공간이어서 저도 배우고, 중딩이도 배우고. 

"The Road Not Taken" 

더블 유니언의 문을 닫고 떠나며 이 "간판"을 사진으로 기록했어요. 한 단어 한 단어, 빨간색, 흰색, 폰트, 종이 재질, 아.... 모든 것이 마음에 듭니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호들갑스럽게 우리의 탐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며, 짱이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자축하자고 재촉했습니다. 

미국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다니면 다닐수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 이방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주고, 공간의 대표들이 시간을 들여 자신들의 스토리를 들려주는 이 문화!" 


우리 사회에서도 이방인들이 메이커스페이스로 "불쑥" 찾아와서, 이것 저것 묻는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문을 열고 맞이해 주고,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환영해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11화 "오픈된 비밀"을 만나면 우린 어떤 행동을 하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