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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Oct 07. 2022

브런치나 블로그에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나를 레벨업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 (6)

자 SNS 계정도 만들고 SNS용 페르소나도 만들었어요. 그래서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혹은 자빠졌는데 뭐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답은 간단해요.


아무거나 꼴리는, 어머 뭐래 미친놈이, 다시 갈게요, 아무거나 ‘끌리는’ 대로 쓰세요. 꼭 처음부터 앞으로 어떤 주제로 글을 쓸 거야, 라고 정할 필요없어요. 아 물론 이미 마음에 둔 주제가 있다면 좋아요 그쪽으로 글을 써도 돼요. 하지만 없는데 억지로 만들진 마세요.


스티브 잡스가 그랬거든.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고. 글쓰기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아직 당신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어떤 주제나 소재로, 어떤 문체로 글을 쓸 때 재미있는지 당신 스스로 모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일단 아무거나 쓰면서 당신의 취향을 발견하세요.


일기를 써도 좋고 오늘 본 영화의 감상문을 써도 좋고 회사에서 상사에게 깨진 일에 대해 써도 좋아요. 오늘 어디 가서 뭘 먹었는데 맛있더라, 책에서 어떤 문장을 읽었는데 이러저러 해서 인상적이었다, 조깅하다 넘어져서 무릎 해먹었다, 종일 애가 성질을 긁어서 처음으로 애한테 “이 새끼야!”라고 고함을 쳤다 등등 뭐든 자유롭게.


분량? 꼬… 끌리는 대로. 쓸 게 별로 없으면 몇 문장만 써도 좋고 쓰다 보니까 계속 써지면 길게 써도 좋아요. 뭐라도 썼으면 된 거예요.


그렇게 꾸준히 쓰다 보면 차차 내가 어떤 글을 쓸 때 즐거운지, 혹은 어떤 글을 잘 쓰는지 알게 돼요. 그러면 점점 그쪽에 초점을 맞춰서 계정을 운영하면 됩니다.




응? 그래도 굳이 처음부터 주제를 하나 정해서 밀고 싶다고? 좋아요 그러면 평소에 제일 많이 하는 게 뭔지, 아니면 평소에 제일 관심 있는 게 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런 거에 대해서라면 꾸준히 글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다? 그러면 책에 대한 얘기를 쓰세요. 꼭 서평을 쓰란 말이 아니라 오늘 서점 갔는데 이런 책이 있더라, 나 오늘 이런 책 샀는데 기대된다, 하는 식으로 가벼운 얘기도 괜찮아요.


요즘 미싱을 배우고 있다? 그러면 오늘 어떤 기법을 배우고 뭘 만들었다, 어떤 점이 재미있고 어려웠다, 이런 식으로 쓸 수 있겠죠.


건강을 위해 주기적으로 달린다? 그러면 달리기 앱 쓰잖아요? 거기 나오는 코스와 기록 찍어서 올리고 소감을 올리세요.


매일 애 때문에 매일 천불이 난다? 그러면 왜 천불이 났는지 쓰세요.


매일 목표를 되새기고 성공한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면 그 기록을 글로 남기세요. 목표는 항상 같더라도 그날그날의 생각과 느낌은 다를 수 있으니까.


매일 야동을 본다? 그럼 야동 소감을… 쓰지 마.


아무거나 쓰라고 했지만 쓰지 말아야 할 것도 있어요. 그 기준은 면접입니다. 회사 면접 볼 때 불리하게 작용할 건 안 쓰는 게 좋아요. 앞으로 회사 면접 볼 일 없다고? 말이 그렇단 거고 여하튼 나중에 나한테 득보다 실이 될 내용은 온라인에 남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인터넷에 남긴 기록은 쉽게 지워지지 않으니까요. 아무리 익명으로 쓰는 거라고 해도 나중에 뭐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부장님 욕 좀 해도 돼. 하지만 부장님 실명 까진 마세요. 부장님이 자기 이름으로 검색했다가 발견하고 난리칠 수 있으니까. 불침번 교대해야 하는데 안 일어난 훈련소 동기 대가리 깨고 싶었다고 해도 돼요.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가 가잖아요. 하지만 동기를 살벌하게 살인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으면 안 돼요. 내게 진짜 살인 동기가 있는 것처럼 읽힐 수 있으니까.


왜,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뜨기 전에 SNS에 남긴 글 때문에 구설에 오를 때 많잖아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 나중에 유명한 사람이 되거나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과거의 글에 발목 잡히면 안 되니까 트집거리가 될 만한 내용은 애초에 올리지 마세요.




그리고 또 SNS에 글을 쓰려고 할 때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문제가 있어요. 내 이야기를 써도 될까? 내 이야기가 가치 있을까? 그딴 걸 누가 읽지?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누가 관심이나 갖겠어? 그런 생각 많이들 해요. 지금도 하고 있지? 다 알아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잠깐 미국 주간지 《뉴요커》를 구독했던 적 있어요. 왜 이래 나 영한 번역가야 그 정도는 읽는다곸! 진짜 잠깐 구독했어. 미국 애들은 무슨 시력이 4.0씩 되는지 글씨가 좁쌀 만해서 읽을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한 달 만에 해지했지만 그때 인생의 명언을 건졌어요.


“If you don’t write your story, who will?”


뉴욕에 있는 어떤 식당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본 문장인데 포토그라피스카(Fotografiska)라는 사진박물관의 기념품 노트에 적힌 말이래요. 해석하자면,


니 얘기를 니가 안 쓰면 뭐 무라카미 하루키가 쓰냐!?


맞아 내 얘기를 내가 안 쓰면 누가 써? 내가 안 쓰면 내 경험, 내 생각, 내 감정, 내 삶은 그냥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야. 그러니까 나라도 내 얘기를 써야지. 그리고 내 얘기에 가치가 있고 없고는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첫째 태어나고 육아일기 써봐야지 하고 네이버 블로그 개설해서 보름쯤 운영했어요. 아이디는 18daddy.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 욕을 삼키던 당시의 심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름이죠. 그때 애가 돌쯤 돼서 고열로 병원 왔다 갔다 하면서 고생한 얘기를 썼거든요? 그러고서 한 달쯤 후에 댓글이 달렸어요. 자기 애도 같은 상황인데 우리 애 무사하냐고요. 그 블로그 방문자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도 검색에 걸려서 누가 읽고 댓글 단 거야.


당신도 그럴 때 있지 않아요? 검색으로 우연히 누군가의 글을 읽고 위로든, 인사이트든, 영감이든 뭐든 얻은 적 있죠? 글의 가치는 독자가 만드는 거예요. 나한테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읽는 사람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니까.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나는 당신이 글을 쓸 때 의미 따위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할게요.




자 그러면 이쯤에서 또 고민이 생길 거예요. ‘내 얘기를 쓰라니 창피한데요.’ 맞아요. 원래 처음부터 내 얘기를 자신 있게 하긴 어려워요. 내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남이 읽는다고 생각하면 부끄럽거든. 하지만 여기에는 간단한 해법이 있지.


목욕탕에 불나면 어떻게 해야 하죠? 옷 입을 시간이 어딨어 빨개벗고 뛰쳐 나와야지. 그러면 당연히 부끄럽겠죠. 막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면 모를까 나는 내가 막 뱃살 출렁거리면서 뛰쳐나올 거 생각하면 으휴! 그럴 땐 어떡해요? 중요한 부위를 가린다? 아니지. 얼굴을 가려야지. 그러면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를 거 아니에요.


SNS에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글을 공개하는 게 부끄러우면 실명 까지 말고 필명으로 쓰세요. 온라인의 장점이 익명성이잖아요? 일단 필명으로 글을 쓰세요. 지인이 보는 게 부끄러우면 지인한테 알려주지 말고, 아예 평소에 쓰던 계정 말고 다른 계정을 새로 파는 것도 좋아요.




자 그럼 됐어. 글쓰기를 망설이게 하던 고민이 다 해결됐죠?


응? 첫 글로 뭘 쓸지 고민이라고? 고민하지 마. 대작가 김고명의 <나를 레벨업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를 읽고 오늘부터 글쓰기 시작한다, 라고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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