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의 충동은 참으로 강력하다. 지난 한 달간 (비록 저렴한 물건들이긴 해도) 만년필을 세 자루나 사고도 모자라 또 만년필을 보고 있다.
오늘은 마침 당근에 내가 찾던 모델(배럴이 불투명한 펠리칸 M205 EF)이 올라와 채팅을 걸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국내 보증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 추후 수리받을 때 차질이 생기므로 패스.
하지만 지름욕은 작은 불씨만 붙어도 뜨겁게 타오르는 법. 나는 그때부터 같은 모델의 새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에 씨가 말랐지만 쿠팡에서 발견했다. 남은 개수 1개, 품절 임박이라고 적힌.
품절 임박은 못 참지! 지름욕이 화르륵 타올랐다. 사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느라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돈이야 3개월 무이자 할부를 걸거나 주식에 투자한 용돈(현재 수익률 마이너스)에서 빼 쓰면 내 용돈으로 충분히 조달 가능했다. 문제는 이게 현명한 소비냐 하는 것.
아니지 아니야 이건 현명한 소비가 아니야. 왜냐하면 나는……
펠리칸보다는 워터맨을 쓰고 싶으니까.
그렇게 펠리칸 지름욕을 물리쳤다.
그리고 지금은 워터맨 만년필을 보고 있다. 가격은 비슷한데 국내 정식 수입된 하위 기종(엑스퍼트3)으로 가느냐 11마존 직구딜이 뜬(그래서 국내 보증서가 없는) 상위 기종(까렌)으로 가느냐를.
지름에서 중요한 건 현명한 소비를 따지는 게 아니라 후딱 지르고 잊어버리는 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