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대학생 때 피천득 선생의 수필집을 읽다가 그런 문장을 만났다. 사람들은 나이 드는 걸 싫어하지만 자신은 나이가 들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는.
아무래도 그는 노년에도 꾸준히 글을 쓰며 '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월아산 숲속의진주라는 숲에 나들이를 갔더니 할머니 세 분이 영업하는 카페 트럭이 있었다. 시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운영하는 것 같았다. 관찰력 좋은 우리 첫째가 집에 와서 "언니, OOO해" 하면서 재현하는 억양을 들으니 세 분이 꽤 즐겁게 일하신 듯하다.
우리 엄마는 몇 년간 동생의 편의점 일을 봐주셨다. 그것도 야간에. 순전히 동생 도와주려고 그러신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엄마가 아직 88하다는 것을 남들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60이 넘어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 것이고 지금의 노력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그림 또한 업으로 삼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