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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Dec 30. 2023

브런치북 주3일 두 달 연재 후기




마흔이 넘어서 만화가 지망생이 됐다. 마스다 미리처럼 에세이도 쓰고 만화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지난 3월부터 꾸준히 그림일기를 썼지만 가을쯤부터 자꾸 게으름을 피웠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자 11월 1일부터 브런치에 주 3일로 그림일기를 연재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처음에는 야심차게 주 5일 연재를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주 3일도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또 그림을 그려야 했다.


생업에 육아에 치이다 보니 그림 그릴 시간은 자기 전 잠깐 나는 짬이 다였다. 그때 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씩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릴 때 원칙은 하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처음에 생각했던 그림을 그릴 것.


그리기 힘들다고 처음에 구상했던 것과 다른 내용을, 더 그리기 쉬운 장면을 그리지 않았다. 끝까지 밀고 나갔다. 그 결과물이 다 마음에 들진 않았다. 매번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이번 그림만 해도 얼굴과 복장이 너무 단순하고 책상에 애플펜슬이 꽂힌 것이 의도대로 살지 않았다. 의자가 넘어진 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이래저래 시도해 보다 저 정도 선에서 그쳤다. 바닥에 널브러진 아이패드들도 그 주변에 단순한 선을 그어 더 많은 패드들이 부서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만화적 기법이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을 참고해야 하는지조차 몰라서 못 그렸다.


그래도 처음에 구상했던 장면을 얼추 비슷하게 구현했다. 매번 그랬다. 매번 아쉽긴 해도 의도와 비슷하게 완성했다.


그래서 3월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당연하고, 11월에 연재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도 그림이 나아졌다. 이제 간신히 발그림은 탈피한 것 같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한계를 느낀다. 특히 인체의 자세를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렵다. 이번 그림을 보면 원래는 아래팔이 더 앞쪽에 있고 위팔은 조금 뒤에 있는 원근감을 살리고 싶었지만 못 했다. 그래서 입체감이 없다.


관점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이번 그림에서 책상 상판이 나오게 그릴지, 뒷면의 프레임만 보이게 그릴지 고민했다. 책상 상판이 보이는 시점이라면 인물도 조금 위에서 내려보게 될 텐데 실제로 그려진 인물은 정면 가슴 높이쯤에서 보는 모습이다. 어떻게 일관된 관점을 유지하는지 잘 모르겠다.


종이에 그렸으면 아마 여러 장 찢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패드로 그리니까 언제든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고, 특히 레이어 기능을 이용해 사물들을 각각의 레이어에 그린 후 겹치는 부분을 쉽게 지울 수 있어서 편했다.


말했듯이 한계를 많이 느껴 1월 한 달 동안 그림일기를 쉬려 한다. 그림을 아주 쉬는 것은 아니고 하루 10~30분씩 크로키나 베껴 그리기를 통해 감각을 익힐 생각이다.


지나고 나서 보니 브런치 공모전에 응모한 그림에세이가 떨어진 게 오히려 다행이다. 아직 내 그림은 책으로 돈 받고 팔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그림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분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 큰 힘이 됐다. 늘 감사하다. 내 그림에 좋아요 찍은 만큼 새해 복 추가로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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