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사랑은 규정하기 어렵다. What is love, 사랑이 뭐예요? 사탕처럼 달콤한 것이 사랑이라는 노랫말도 있지만 정 20면체만큼이나 아주 다면적으로 존재하는 그 감정은 단순히 달콤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행복 또한 마찬가지다. 즐겁거나 안락하거나 황홀한 감정만으로는 행복의 본질적 의미를 다 말할 수 없다. 다차원으로 존재하는 이 둘의 전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아마 평생을 두고도 이들의 본질적 속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근래에 유행했었다. 워낙에 트렌드가 바쁘게 변화하는 시대라, 단어가 주는 신선함이 사그라들고 있지만 행복의 본질적 의미를 잘 꿰뚫고 있는 '신조어'라고 생각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 뜻은 행복의 한 파편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어의 의미를 잘 곱씹어보면 행복의 필수 불가결한 속성인 '상대성'이 이 단어에 잘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행복은 기본적으로 비교대상이 존재할 때에야 비로소 존재하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순간적이면서도 휘발성이 강한 다채로운 감정상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나타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만큼 즐거울 일과 웃을 일과 충만 해질 일이 없는 척박한 세상이 존재한다. 원하는 만큼의 풍요와 여유가 어지간해서는 허락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가진 자원과 시간을 쥐어짜듯 투여하며 얻는 작지만 밀도감 있는 행복. 그것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는 현실 속에 차선으로서 존재하는 처절한 선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행복이라는 개념의 본질일 것이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존재하며 그 어둠이 강할수록 한 줄기 빛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삶의 척박함이 있기에 그 반대의 개념인 행복도 존재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힘겨움은 행복의 전제인 것이다. 모순적이지만 행복만으로는 행복이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루 종일 웃고 있고, 하루 종일 황홀하며, 하루 종일 안락해 있는 누군가를 상상해보자. 이상해 보이지 않는가? 그것이 부족하다면 일주일, 그마저도 부족하다면 한 달 동안을 그렇게 존재하는 누군가를 생각해보자. 그 모습은 마치 코카인에 취해 끊임없이 헤죽헤죽 거리는 마약 중독자의 모습처럼 보인다. 행복을 영원한 즐거움으로, 영원한 안락함으로, 영원한 쾌락으로 오인하면 우리는 그것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그것에서 멀어지는 참담함을 경험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행복은 애초에 작을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 인생과 자연의 변화할 수 없는 속성이다. 소확행은 행복의 한 부류가 아니라 행복의 전체인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설렘이나 그리움,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사랑이란 다양한 감정들이 다면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다차원적인 감정이다. 그 다면체는 자기만의 리듬으로 돌고 또 돌면서 특정 순간마다 우리 앞에 특정 한 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때로는 미안함이 사랑이 될 수도 있고, 힘겨움이 사랑이 될 수 도 있고 또 때로는 미워함이 사랑의 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좋고 긍정적인 감정으로부터만 도출해내려 하면 사랑은 언제나 미완이고 실패다. 그 모든 감정을 다 감싸 안을 수 있을 때에만 우리는 상대를 사랑한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사랑은 그래서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이다. 반대로 그렇기 어렵기 때문에 숭고하고 수준 높은 감정의 상태다.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면 다른 무엇이 더 쉬워질 수 있다. 사랑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총합이다.
사람을 사랑한다고 쉽게 말하지 못하는 보편의 모습들은 결국 사랑을 좋기만 한 단편적인 감정이라고 오판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사랑을 행복으로만 규정하면 힘겨움의 순간이 올 때 우리는 사랑을 저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저버린 사랑은 다시 온전한 사랑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힘들다. 꿈에 다다르는 것이 행복만으로 가득한 것이 아니듯, 온전한 사랑에 도달하는 것도 쉽고 여유로운 무엇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다. 꿈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하듯이 사랑으로 도달하는 여정에서 느끼는 힘겨움이나 아쉬움조차도 사랑의 한 단편으로 받아들여야만 우리는 사랑을 제대로 그리고 온전히 실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랑과 행복 이 두 가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살아나가는 힘겨움이 한 결은 수월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행복과 사랑은 어쩌면 순간적이기에 무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이 한 결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