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은 삶이란 도대체 뭘 위한 것인가 생각들 때가 있다. 살아감(연명) 자체가 사는 이유가 되는 것만 같은 불쾌한 순간을 자주 마주하다 보면 깨닫는 건 '부질없다'는 서술어의 말 뜻일 뿐이다. 구태여 사는 삶. 반복적인 일상과 그로 인한 지침, 피로감, 공허감, 상실감, 무력감 같은 것들은 감기 바이러스처럼 내 정서적 면역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참 손쉽게 나를 감싼다.
요즘 나의 삶은 그런 정신적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방을 한가득 채운 그런 불쾌한 감정들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몸부림들의 집합이다. 나를 잠식하는 불쾌함들로부터 제 때 도망가지 못하면 하루는 오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악취가 난다. 애써 헬스장을 찾아 2시간 남짓 운동을 하면 살아갈만한 기분 한 모금을 얻는다. 뭐라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결제한 온라인 강의를 열심히 필기해가며 들으면 또 살아갈만한 기분 한 모금을 얻는다. 도서관에 가서 옛 보다 못한 독해력을 멱살 잡듯 쥐어 잡으며, 들고 간 책 몇 페이지를 힘겹게 읽으면 또 살아갈만한 기분 한 모금을 얻는다. 그렇게 집 밖 여기저기서 살아갈 만한 괜찮은 기분을 수렵 채집해 온 뒤에야 불쾌하지 않은 감정 속에 잠이 들며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 삶은 괜찮은 기분을 쟁취하기 위한 사투다.
주인공 닥터가 TARDIS라는 타임머신을 타며 우주의 시공간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한 에피소드에는 몸에 붙이는 특별한 스티커를 파는 노점상들이 나온다. 행복, 망각 등의 이름이 쓰여있는 스티커를 사서 몸에 붙이면 그 감정을 손쉽게 느낄 수 있다. 지나가던 한 여인은 여러 노점상 중 한 곳 앞에 멈춰 망각이 얼마인지를 묻고는 이내 하나를 사서 자기 몸에 붙이고 누군가를 잃은 괴로운 감정으로부터 해방된다. 스티커를 파는 노점의 주인은 해맑게 스티커를 판매한다.
괜찮은 기분을 파는 가게가 생기면 장사가 참 잘 될 것 같다. 퇴근길에 오뎅 사 먹듯 괜찮은 기분을 사 먹을 수 있으면 굳이 시간을 들여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그런 가게가 있다면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마다 한 5천 원어치씩 사 먹고 싶다.
사장님 괜찮은 기분 5천 원어치요. 카드는 안된다고요? 현금이 없어서 계좌이체 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