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리더십

[ 제주는 언제나 나를 품는다_episode_19 ]

by 글객
7/30(목) - DAY 4_4


#50


노질을 하는 최적의 리듬을 찾아낸 이후로는 한담 해변의 그 앞바다를 종횡무진 다녔다. 카약이 투명하다고는 하나 엉덩이 아래로는 판자 같은 게 깔려있었고 물과 닿는 부분은 어둡게 비추어져서 자칫 바다 아래가 보여 간담이 서늘할 일은 없었다. 걸음을 계속 걷다 보면 나만의 속도를 찾게 되는 것처럼 카약을 타는 것도 노질을 하다 보니 나만의 리듬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작은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빨간색 부표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넓은 바다에 비하면 작은 점과 같은 부표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부표가 만드는 가상의 경계선은 사람을 안도하게 만들고 있었다. 저 밖은 위험하다. 고로 이 안은 안전하다. 이 단순한 논리가 만드는 안심이 없었다면 아마 마음 놓고 노질을 해대며 근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똑같은 위치에 존재하더라도 '혹시 내가 너무 멀리 나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한순간이라도 들었다면 그 순간부터는 해안가 쪽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밖에 나지 않았을 것이다.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유유자적 오르락내리락하는 부표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외부의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어떤 바운더리를 제시해 주는 것. 최전선에 존재함으로써 안전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을 구분 지어주며 그로 인해 자유로울 수 있는 영역과 넘어서지 말아야 할 영역을 인지 시켜주는 것.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직에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똑같은 외부 작용이라고 할지라도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리더는 똑같은 위태로움을 동료나 아랫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파시키지만 아무렇지 않아 하는 리더의 주변 사람들은 그것이 위기인지 조차 느끼지 못한다. 적진까지 멈추지 말고 돌진하라는 작전을 무시한 채 볏짚 뒤에 숨어버린 밴드 오브 브라더스노먼 다이크 중위는 많은 중대원을 죽게 했지만 전임 중대장이었던 딕 윈터스 대위는 언제나 선두에서 병력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두려워하는 모습을 모여주지 않았다. 이끄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조직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은 180도 바뀔 수 있는 사실을 확인하게 하는 좋은 대조군이다.


자신은 안전과 위험의 경계에 서 있으면서도 세상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줄 아는 사람. 자신이 존재하는 것으로 가상의 바운더리를 제공하며 그 안에서는 개개인의 자유와 자율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내 주변에도 그런 영웅들이 존재한다. 투명카약 위에서 하는 생각이라기엔 너무 진지한 측면이 있지만 그런 그들에게 작은 존경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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