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도 단김에 산다.

[ 제주는 언제나 나를 품는다_episode_20 ]

by 글객
7/30(목) - DAY 4_5


#51


카약을 탄 애월에서는 인근의 한 라면집에서 흑돼지해물라면을 먹었다. 유달리 기억나는 맛이나 향이 없는 것을 보면 크게 특별한 요소는 없었던 음식이었던 것 같다. 대여섯 명의 한 팀만이 식사를 하고 있는 가게의 공간 중 혼자서 적당히 앉을 수 있는, 붙박이 의자 쪽의 한 테이블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식사를 했다. 제법 내용물이 실한 라면과 함께 먹을 밑반찬들과 개인접시를 가져오는 것은 흔히 말하는 셀프라는 구호 아래 구매자가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였다. 현대인은 밥을 사 먹을 때도 일을 해야 한다.


식사를 마친 뒤에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서는 마당에 다양한 종류의 액세서리를 파는 한 가게를 만났다. 사실 더마파크에서 모자를 산 기념품점에서 선물용으로 도자기 재질의 부엉이 모양 열쇠고리(사이즈를 고려하면 열쇠고리라고 하기에는 조금 뭐한 측면이 있긴 하다.)를 샀었는데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그 선물을 '테마파크의 기념품점'에서 구매해서 그런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딱 기념품점에서 산 것만 같은 그 느낌, 이를테면 제주감귤 초콜릿처럼 뭔가 다소 급하게, 혹은 적당히 무난한 선에서 선물을 구매하려 한 마음이 그 물건에 내포되어 있는 것만 같은 그런 감성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선물이라는 게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뭔가 그렇게 양산품처럼 느껴지는 물건을 선물로 주는 것에서 일말의 공허함을 느꼈던 것 같다.


가게는 마당 외에도 내부 공간에서도 물건을 팔고 있었다. 마당 공간에는 좀 더 실용적인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면 가게 안쪽은 좀 더 기념품적인(?) 기념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큰 가게의 입구 쪽에만 해당됐다. 안쪽 너머에는 살짝 어두운 밝기 속에 테이블들이 처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 원래 가게인데 지금 장사를 좀 안 하고 있어요 "


사장님은 테이블과 벽에 진열되어 있는 소품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몸을 돌리며 주변에 있는 그 소품들을 둘러보다 보니 벽에 걸려 있는 한 장식용 부엉이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조생 귤만 한 크기의 작은 부엉이 인형 두 마리가 갈색 마끈의 양쪽에 달려있는 귀여운 소품이었다.


" 그거는 수제로 만든 거예요. 이만 원인데 만 오천 원에 해줄게 "


만 오천 원이라는 가격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수제품이라는 측면은 마음에 남았다. 그냥 보아도 아기자기하게 귀여운 인형이었지만 수제품이라는 말을 들으니 그 안으로부터 만든 이의 정성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그렇게 귀여운 부엉이 인형은 선물용 기념품으로 낙찰됐다. 지갑 속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일만 오천 원이 줄었다. 그리고 그 인형은 여자 친구의 선물이 되었다. 물건이나 선물이나, 사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타이밍을 그냥 지나치면 다시는 그런 마음이 드는 물건을 만나지 못한다. 선물은 그 정도 크기의 결단력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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