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고
The Course of Love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라는 제목이 더 유명한 이 책의 원제이다.
Will you marry me? 라는 질문이 건네졌을 때, 울먹이며 Of course 라고 말하는 상대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결정도 당연한게 없었는데 누군가와 미래를 함께 가겠다는 결정이 당연할 수 있다니. 그리고 우리는 안다. 당연하리만큼 단단했던 그 사랑의 모습은 시간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는 걸.
그게 당연한(Of course) 사랑의 과정(The course)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을 읽으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행하는 나의 낭만과 일상 속 행동을 많이 만났다. 이 책은 '그런 나'를 한발짝 뒤에서 관찰해보게 해주었다. 아래의 구절들은 '나 또한 그렇기에' 사랑을 일상의 주제로 더 많이 꺼내보자는 올 해의 다짐이다.
p.123
우리는 정말로 책임이 있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주변에 있는 가장 다정하고, 가장 동정어리고,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 즉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적으면서도 우리가 마구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우리 곁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에게 불만을 쏟아내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p.270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스스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적절한 대응은 냉소나 공격이 아니라 드문 순간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랑해주는 것 뿐이다.
나 또한 그렇기에 그 순간의 사랑이 얼마나 어려운지 종종 알아챈다. 못 알아채다가도 문뜩 감사한다. 사랑해주었다면. 사랑받았다면. 그리고 내게 상처를 주는 순간 이번엔 내가 사랑해주고자 아주 조금, 한 번 노력해본다.
그 후의 일상은 이 과정의 반복이기에 '나 또한 그렇다'는 걸 되돌아보는 시간을 공들여라도 많이 가지면 나을까.
p.283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조화성은 사랑의 성과물이지 전제 조건이 아니다.
'나 또한 그렇다'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취향의 문제는 아, 더 어렵다. 취향. 말 그래도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감정과 욕망과 이성이 뒤섞인 그 순간의 차이를 어떻게 협의할 수 있을까.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완전해진다.
자주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나누고 싶다. 취향의 차이를 어떻게 협의하면 좋을 지, 얼마나 다양한 방법이 있는지 자주 이야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 다양한 방법이 나온다는 건, 다양한 방법을 시간과 에너지를 써 떠올리는건, 너 또한 그렇고 나 또한 그런 불완전함을 계속 들여다보는 행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