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와 캐모마일 티

by 소은

이번 화에서는 제 완벽주의에 대해 적어볼게요.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을 했고 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관찰한 것을 적어보겠습니다.




카페 주문이 휘몰아치던 어느 금요일 저녁, '아이스 캐모마일 티'를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다들 정신없이 바쁘게 다른 메뉴를 만들고 있었고, 신입이라고 내게 알려줄 여유는 모두 없었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 예전 카페에서 했던 방법을 떠올려 제조 중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하는 걸 보게 된 사장님이 "이렇게 하면 안 되지!" 하며 왜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하셨다. 훤히 오픈된 바에서, 주먹이 달린 말에 쥐어박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에 나는 숨이 멎기라도 한 듯 갑자기 모든 생각, 움직임, 감정이 멈춰버렸다. 주변의 소음과 흐르던 시간마저도 멈춘 채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제대로 대답을 하거나 대처를 할 수도 없었다.


잠깐이었지만 영원 같았던(좀 과장해서) 그 순간이 지나고 비로소 안정되었을 때 막혀있던 머릿속 배수관이 터진 것처럼 생각이 휘몰아쳤다.


'내 잘못이 아니야. 나는 신입이고, 카페마다 레시피가 다른 거잖아. 나는 처음 하는 건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왜 혼내? 나는 잘못 없어. 절대 잘못 없어.'


그런데 동시에 다른 생각도 떠올랐다.


'그럼 그렇지. 뭘 해도 문제가 되는 건 나야. 물어보고 했어야지. 다른 사람들은 이런 실수 안 하는데 왜 나만 이러지? 나 자체가 문제인가 봐.'


이상했다. 분명히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이 모순된 감정들이 내 안에서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예전에도 나는 갈등의 상황이 오면 비슷한 패닉에 빠지곤 했다. 그래서 그것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최대한 실수하지 않게, 잘못하지 않게,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가혹했다. 지적당하거나 실수할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만 애썼다.


하지만 이제 보니 내가 왜 그렇게 완전히 멈춘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내 안에서 두 개의 생각이 충돌을 일으켜 부딪힌 순간, 충격이 파동을 일으켜 존재가 멈추듯 모든 게 멈추게 된 것이다. 진짜 본질은 제쳐둔 채 문제가 타인에게 있는지, 내게 있는지 전쟁을 하고 있으니 갑자기 고장 난 로봇이 된 것 마냥 굴었던 것이다.


세상에선 이런 성격을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실수와 잘못에 예민하고, 조금이라도 틀리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하는 나를 보며 그렇게 말한다.


완벽주의자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 치며 사는데 늘 '내가 문제'라고 느끼는 것이다. 실수 하나를 절대 인정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매일 '내가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라고 느낀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으며 고치고 대비하려고 하지만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나라고 여긴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과 나는 완벽하지 못하다는 절망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이 두 생각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런 딜레마로 인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더 커졌던 거 같다. 실수를 할 때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으니까, 아예 실수 자체를 부정하게 된 것이다.


이걸 알아챈 후부터는, 여전히 완벽주의가 남아있긴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도,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아, 내가 예민한 상황이 왔구나"하고 인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만으로도 작지만 큰 변화를 느낀다. 감정에 휩쓸려서 자신을 완전히 부정하거나, 모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대신,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그 예민함 자체도 나의 일부라는 걸 조금씩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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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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