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쓸모

by 소은

슬픔은 정말 무력한 감정일까?

"울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냉소처럼,

슬픔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감정일까?




슬픔은 우리 마음의 경보기입니다.

뭔가 잘못되었을 때,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상처를 받았을 때 울려 퍼지는 경보음이에요.

이 신호가 없다면 우리는 계속 같은 곳에서 다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갈 것입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울리는 네비 경고음처럼,

슬픔의 경고음도 언제나 잘 들어봐야 합니다.

"조심해, 또 상처받을 수 있어."


슬픔을 통해 들여다보면 진짜 이유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네가 잘못해서 당한 거야" 등의

상처받은 말을 들으며 혼자가 되었던 순간들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슬픔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진짜 상처를 찾아냅니다.

겉으로는 다른 걱정을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또 버림받을까 봐", "또 혼자가 될까 봐" 하는

오래된 두려움이었던 거죠.


이렇게 슬픔이 안내하는 옛 기억의 길로 들어서면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게 됩니다.

그때는 차마 인정할 수 없었던

슬픔의 폭풍을 만나기도 해요.

하지만 곧 알게 됩니다.

폭풍우가 끝나면 반드시 태양이 뜬다는 것을요.


태양은 따뜻하게 빛을 비춰서

얼었던 마음을 녹여줍니다.

내가 아프니까 다른 사람의 아픔도 이해하게 돼요.

내가 외로우니까 다른 외로운 사람들이 보여요.

내가 배신당할까 봐 두려우니까, 같은 두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들립니다.


혼자라고 느꼈지만, 슬픔을 통해 알게 됩니다.

이런 아픔을 겪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는 것과

어딘가에 나를 이해해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요.


울고 나면 좀 가벼워지잖아요?

슬픔은 마음의 독을 빼내는 쓸모가 있습니다.

쌓여있던 원망, 분노, 배신감들을

눈물과 함께 흘려보냅니다.


"누군가 원망스럽다"라고 인정하는 순간,

"아등바등 혼자 애쓰는 내가 불쌍하다"라고 느끼는 순간,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비로소 해방됩니다.


물론 슬픔 자체가 직접적인 상황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변화를 위한 토대를 만드는 쓸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퍼하지 않는 사람은 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죠.

현재에 만족하거나, 아니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하지만 슬퍼하는 사람은 다 알아요.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요.


아직도 배신당하고 싶지 않고,

세상이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그 마음도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슬픔은 내가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그 두려움이 어디서 왔는지,

대답을 손에 쥐어 줍니다.


"울어도 되는 거 맞아? 시간 낭비 아냐?"

"난 슬픔보다 강해! 슬픔 따위에 지지 않아!"

라며 슬픔이 좀 못 미더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땅을 쾅쾅 치며 울고, 베개가 다 젖을 만큼 눈물도 쏟아보고,

캄캄한 슬픔을 정면에서 마주하면 반드시

진짜 나를 만나고, 진짜 관계를 만들어가고, 진짜 삶을 살아갈 에너지가 생깁니다.


그러니 슬픔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슬픔에도 쓸모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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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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