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싫다, 근데 말하고 싶다.

by 소은

말하려고 할 때나 쓰려고 할 때,

분명 뭔가를 표현하고 싶은데 마치 백지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종종 있어요. 마치

'나 아직 준비 안 됐는데?'

'꺼낼 수 없어!'

'할 말 없어.'

라고 버티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알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누구나 볼 수 있게끔 촤라락

펼치고 싶다는 것을요.

정말 명확하게 그런 욕구가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이 마음은 제 바람과 원수라도 졌는지,

종종 아무것도 떠올려 주지 않습니다.


사실 좀 무서운 거 같아요.

표현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쓰는 것도 말이에요.

틀릴까 봐 두렵고, 지적당할까 봐 무섭고, "너는 틀렸다!"라고 누군가 싸움을 걸어올까 봐 무섭고,

그런 상황이 오면 질 것 같아서 더 무서워요.

네 저는 쫄보거든요.


어릴 때 저는 고집이나 생떼를 잘 못 부렸어요.

부모님의 훈육 방식은 강경해서

꼬마 아이는 하고 싶은 말을 늘 삼켰어요.

꼬마는 가슴에 뭔가 막히고 맺히는 느낌을 느꼈어요.


그치만 그 꼬마는 지금 어른이 됐으니 상황이 다르잖아요.

저는 누가 봐도 성인이고, 스스로 밥벌이도 할 만큼 컸어요.

하고 싶은 말은 얼마든지 욕도 할 수 있는

나이도 되고,

체격도 되는데,

'왜 아직도 표현이 어려운 걸까?' 생각해 봤어요.

사탕 먹듯 말을 삼키던 아이가 혹시

아직도 여기 있는 건지 말이에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꼬마는 여전히 제 마음 한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었어요.

내면 아이라고 하죠? 몸이 커가는 동안에도

누군가 나를 막을까 봐, 소리를 지를까 봐 두려워하면서요.


꼬마는 여전히 아이여서,

이제는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상대방이 꼭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바랬어요.

꼭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고집이 되었고 억지가 되었어요.

하지만 자주 거절당했다 보니, 상대방이 반드시 내 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았죠.

그래서 말을 안 하기로 했던 거예요. 정말 귀여운 아이죠?


저는 아이와 함께, 아이의 마음으로, 서툴고 어설프고

두렵고 무섭더라도 표현해보려고 해요.

아무거나 말해도 되고, 틀린 말도 괜찮다고 다독이면서

표현하고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마침내 정말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쓰고, 말하고,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때가 되면 아이는 남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은

진짜 어른이 되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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