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의 기록
월요일에 적응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일하지 않는 날의 완벽하게 만족하는 나의 하루와 일 하는 날의 나를 보는 나의 태도가 너무나도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어제와 같이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집의 쓰레기를 비워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운동까지 하고 난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를 얻었는데, 월요일 다시 회사 책상 앞에 앉은 나는 한없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나와 같겠지, 하다가도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푹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일머리를 장착하기 위해 좁고 네모난 상자 속에 나를 구겨 넣어 본다. 나는 올록볼록한 사람인데 나를 빳빳하게 네모난 틀에 맞추어야 하는, 그런 기분이다. 왜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닥친 일이라서 해야 하는 것. 전혀 보람도 쓸모도 없어 보이는 일에 나는 진심이 담긴 척 애써 나의 모든 에너지를 맞춰보려 노력한다. 그러니 일과 나 사이에 벌어진 괴리감을 좁혀나가는 과정에서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주말이 가고 월요일이 왔다. 그저 그럴 뿐이다. 다만 오늘 유난히 회사에 부는 바람이 시리다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다. 이 회사에서 사람은 그저 부품일 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대놓고 철저하게. 돈을 버는 것이라는 외재적인 목적 외에, 사람이 끊임없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재적인 동기가 필요하다. 다만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조직이 목적으로 하는 지향점과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구성원들은 우왕좌왕한다. 인공지능으로만 구성된 조직이 아니고서야, 그런 가치를 함께 지향하는 어떤 조직이 만들어질 수는 있는 걸까? 요즘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면, 모든 회사가 다 이런가요?라는 말이다. 분명 이런 곳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믿어보고 싶었다.
이직을 해야겠다. 물속에 굴러다니는 자갈처럼 바닥에 돌돌 굴러다니던 생각이 표면 위로 떠올랐다. 냅다 이력서를 써서 내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여기에 몇 년은 더 있고, 쌓인 경력으로 또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데 역시 그런 계획은 의미가 없다. 생각해 보면 계획대로 된 게 딱히 없다. 계획했지만 틀어지고, 또 운 좋게 어떤 기회를 얻고, 또 다른 길로 들어서고, 애초에 생각했던 길과는 완전히 틀어져 그야말로 물 흐르는 곳 헤치기도 하고 그대로 따라 흘러가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도전이고 결정일뿐이구나, 생각했다.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뒤숭숭한 날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오랜만에 서늘할 정도로 불어오는 바람이 마지막 짝짓기 철을 어떻게 해서든 성공해 내려는 매미 울음소리와 겹쳐 허무함까지 느껴진다. 불안감, 이런 걸 불안이라고 하면 될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앉아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아무렇게나 오늘 느낀 그대로 쭉 써 내려가보기로. 흐르고 흘러서 먼 훗날의 비슷한 날, 돌이켜보고 그건 별거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