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의 글쓰기 129
아내는 나를 보면 0.3초 안에 뭔가 잔소리를 시전 한다.
뭔가 문제 상황인 경우에도 그렇지만,
좋은 일이나 상황에서도 뭔가 한 마디를 얹는 버릇이 있다.
타인을 향해서는 상당히 필터링을 하고 말을 하지만,
나와의 사이에서는 그런 것이 해제되는 모양이다.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말로 표현하는 것 같다.
내 경우야 필터링을 거쳐서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덕목인 일이었던 관계로
말을 던지기 전에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을지를
무의식적으로 거른다.
그래서 임작갑은 내 말에서 미묘하게 가시가 있는 느낌이다 싶으면
‘얘가 화가 났구나.’를 얼른 알아차린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임작갑의 한결같음에 감탄하면서
내가 임작갑을 닮아가고 있다는 정도?
임작갑에게 잔소리할 기회가 생기면 슬쩍슬쩍해버린다는 거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하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
어느 날 커다란 분리수거 상자를 산 임작갑.
“앞으로 여기다가 분리수거할 거야. 알았지?”라고 하고 말하더라.
그래 놓고는 자기 내키는 대로 집어넣는다.
분리수거하러 가서 보면
이걸 왜 여기다가 넣었는지 이해 안 되는 걸 자주 본다.
“야. 임작갑. 분리수거함은 도대체 왜 산 거야?
그렇게 마음대로 버릴 거면서.”
“어차피 거기 가서 다시 분리할 거잖아.
뭐 하다가 보니까 귀찮아서 넣었어. 미안해.”
“이 말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잖아! 사람이 몇 번을
말했으면 고칠 줄도 알아야지. 그거 분별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렇게 마음대로 하면 어쩌자는 건데?”
“왜? 뭐? 잔소리할 거리를 찾았다는 거냐?”
“그렇게 말 돌리지 말고!”
나는 짜증인데 임작갑은 피식거린다.
이러면 그게 더 짜증 난다.
“알았어. 알았어. 거기까지 해.
내가 잘못했다고. 글고 가급적 무거운 거는
빼고 분리수거 저거 버리는 거는 내가 할게.
됐지?
참. 그런데 김매.
뼈와 살이 분리되면 어떻게 분리수거해야 할까?
그런 분별력은 있는 거지?”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의 분별력은 물리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상당히 많은 경우에 말이다.
(PS. 이 번 에피소드는 자주 댓글을 남겨주시는 박지아피디님 브런치를 보고
깊은 공감과 응원과 함께 살아남아보자는 동지애 속에서 태어났다.
오늘도 차가운 분리수거장에서 ‘이게 왜 여기 들어가 있는거야!’라며
어이없어 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