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니스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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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어제 아침.

아내는 세종시에 있는 학교로 강연갈 준비 하느라 분주했다.

기차역에 모셔다드려야 하니까 얌전히 침대에 널브러져서 준비가 끝나길 기다릴 수 밖에…


“자기야 봐봐 이렇게 입고 갈까? 괜찮아?”


아내는 커다란 격자무늬가 들어간 회색 원피스에 비슷한 무늬가 들어간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결혼생활을 하며 난 보통 이러면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오게 훈련이 된 모양이다.

내 입에선 바로 대답이 튀어나온다.


“응. 괜찮아.”


겉에 입은 코트와 안에 입은 원피스가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것이...sf적인 느낌을 줬다.

아내 움직일 때마다 격자무늬가 어른어른 꾸물거리는 모양이 신기해보였다.

그거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의 레이스가 클로킹해서 은폐하면 주변과 동화되어 꿀렁거리는 모습.

아니면 공각기동대에서 쿠사나기소좌가 광학미채전투복을 입고 꿀렁꿀렁 움직이는 느낌?

여튼 재밌으니까 내 취향이고, 괜찮았다.

충분히 어색하고 웃길만했다.


“아 씨. 아니야 이건. 이상해…”


췟.


아내는 잠시 후 다시 물었다.

“자기야 이건 어때?”


“응. 괜찮아.”


입은 머리보다 빠르다.


아내는 붉은 색이 짙은 격자무늬 자주색 원피스에 아까의 회색격자무늬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것도 좋았다.

지금은 그런 거 없지만, 어릴 때 아버지 월급날이면 홍교다리 근처 정육점에서 고기를 떠오시곤 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회색 신문지에 꽁꽁싸매어 가지고 오신 고기를 썰어 고추장 양념에 달달하게 볶아주시곤 했다.

지형씨의 옷차림은 그때 아버지가 사오신 신문지에 싼 고기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고기는 언제나 사랑이다.

고기는 늘 옳다.


“아. 쉰발. 이것도 이상해…”


그리고는 가더니 빨간 롱스웨터에, 검정기모레깅스, 검정색털이달린 코트를 입고 왔다.


뭐야. 무난하잖아!!

저렇게 입을거면 왜 내 의견을 물은건데?


내 의견과 상관없이 지 하고싶은대로 할 거면서 왜 물어보는것인지 따져물어보고 싶었으나 참기로 했다.

그래봐야 돌아오는 것은 등짝밖에 없다는 것을 이젠 알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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