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남구보건소를 갔다 왔다. 예전 사업을 하면서 대출을 했던 돈들이 있다. 이제 곧 만기일이 다가와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여름방학기간에 힘들게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보건증을 발급받고 집으로 오는 길.
갑자기 비가 온다. 내 첫 번째 룸메이트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교환학생 아델의 연락.
아델이 나보다 더 빨리 졸업을 한다. 아델 졸업식 촬영 때 사진기사가 필요하대서 나한테 부탁을 했었는데 바쁘다 보니 깜빡하고 있었다. 카톡으로 다시 한번 아델이 알려줬다. 내 영어 이름이 ojam인데 한글 패치가 잘 된 아델은 이제 오재미 씨라고 부른다. (너무 친근한 거 아닙니까 아델)
저번에 프로필 촬영했던 사진관에 문의를 하고 아델에게 알려줬다.
졸업작품 준비를 위해서 포스터를 찾아봤다. 포크를 휘어서 락앤롤 마크를 만든 포스터가 나온다. 이런 간단한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생각을 했을까 요즘은 디자이너란 참 어려운 직업이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역시나 직접 경험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졸업작품 서칭 하다 말고 갑자기 컨테이너로 집 짓는 걸 보고 있다. 예전부터 이런 쪽에 더 관심이 많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행위.
1. 유튜브로 영상 보기.
2. 핀터레스트로 사진 보기.
졸업작품 때문에 자료 참고 용으로 하는 짓인데 하다 보면 졸업작품과 관계없는 영상과 사진들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자료들도 필요한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시간낭비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목요일. 현대중공업 견학이란다. 이번 학기 용접 수업을 신청하고 진짜 견학을 몇 번이나 가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타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라면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경험일 것 같긴 하지만 울산에서 태어나서 학생생활을 하며 공장에서 알바도 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딱히 새로울 게 없다.
9시까지 도서관으로 가서 버스를 타야 된다. 졸업작품에 쓰일 영상을 편집하다 세 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너무 피곤하다. 남는 시간이 있길래 가는 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먹고 버스에 올라탔다.
그래도 매일 디자인 작업만 하다가 버스를 타고라도 바깥 풍경을 보니 좋다. 견학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와서 교수님께 찾아갔다. 졸업작품 컨펌을 받느라 강의실에 좀 머물다가 기숙사로 돌아왔다. 영상 편집에 쓰일 소리 때문에 슈퍼마리오 영상을 몇 개 찾아봤다.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컴보이로 게임을 하던 시절이 그립다. 슈퍼마리오 게임이 너무나 하고 싶지만 할 일이 너무나 많기에 그럴 수 없다. 게임을 끊은지도 티브이를 끊은지도 요즘은 술도 잘 안 먹고 sns도 안 하는데,
그래도 매일매일 해야 될 것들을 못 끝내고 있다.
택배가 왔다길래 블로그 제품 협찬인가 해서 받으러 갔더니 커플 마라톤 대회에서 보낸 택배였다. 저번 Marius와 참가한 마라톤 대회인데 협회 측에서 완주 메달을 보냈나 보다. 저번 완주하고 메달 받은 게 14회라 새겨져서 실수라고 다시 보냈다고 적혀있다. 졸지에 14회, 15회 연속 10km 완주 한 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숙사 창가로 들어오는 빛이 너무 이뻐서 사진을 하나 찍었다. 마리우스 완주메달도 왔으니 마리우스 책상에도 하나 올려놨다. 5월 되고 나서 한국에 놀러 온 여자 친구 덕분에 마리우스도 바빠져서 서로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바쁜 사람 + 바쁜 사람 = 못 봄의 공식은 성립되고 있다.
잠시 일이 있어서 나가는 길. 1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찰나에 마리우스를 만났다.
"헤이"
"헤이"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했지만 난 나가고 마리우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니 저 짧은 대화만 하고 서로 지나치게 되었다.
저녁에 다시 기숙사에 돌아왔더니 내가 아이디어 정리한다고 켜 놓은 메모장에 마리우스가 영어로 글을 적어 놨다.
"Hey Bro! Hoppe you had a great day. See you soon!!"
지금까지 룸메이트 해 본 외국인 중에서는 단연 센스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