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최고참 선임이 나보고 따라오라고 했다. 따라갔더니 헬스장이었다. 사회에서 봐왔던 헬스장에 비하면 아주 작고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군대 안에서는 감지덕지한 장소였다. 바닥은 헬스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쿠션 퍼즐매트가 깔려 있었고 정면에 있는 전신 거울 앞으로는 오래됐지만 사이즈 별로 정리돼있는 덤벨과 바벨이 있었다. 윗몸일으키기가 가능한 싯업 보드도 구비되어 있었다.
“니 밖에서 운동해봤냐?”
“아닙니다.”
“그럼 그냥 내가 하는 거 그대로 다 따라 해.”
“네 알겠습니다”
선임이 하는 운동을 따라 했다. 운동을 하면서 어디 부위에 힘이 들어가는 건지 가르쳐주었다.
“그래 지금 하는 건 아랫 가슴에 힘이 들어가는 거다. 다시 열두 개 더 해.”
하나하나 어떻게 운동을 하는지 알려주면서 운동을 같이 하게 되었다. 이병의 신분으로 헬스장을 다닐 수 있다는 건 행복이었다. 일병 선임들의 눈치가 많이 보였다. 하지만 가장 최고참 선임이 매일같이 나를 헬스장으로 데리고 다니며 운동을 하였기 때문에 다른 선임들이 따로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이때부터 생긴 헬스로 운동하는 습관은 전역할 때까지 이어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녁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헬스를 하러 갔다.
하루는 대민지원을 갔다 왔는데 햇빛을 많이 봤는지 화상을 입었다. 몸에서 열이 나고 가만히 있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기 위해서 소대장한테 보고를 하자 소대장이 안된다며 말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고 와야 될 거 같다고 보고를 하고 갔다 왔던 기억이 있다. 군대에서의 운동에 대한 의지와 열정은 대단했던 거 같다. 운동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영양과 휴식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정말 좋은 몸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때는 운동만 할 줄 알았지 영양과 휴식이 더 중요하단 걸 몰랐었다. 핑계겠지만 지금 그때의 열정이 있더라면 몸짱이 되는 건 한순간일 거 같다.
내가 군대에서 헬스와 함께 열심히 했던 게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바로 독서였다. 사회에서는 독서를 별로 한 기억이 없었다. 만화책이라면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계속 꾸준히 읽었긴 하지만 독서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그나마 읽은 게 있다면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정도였던 것 같다. 헬스를 하고 샤워를 하고 쉬고 있었는데 맞선임이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굉장히 시끄러운 분위기였는데 독서를 열심히 하고 있길래 무슨 책인지 물었다. 표지를 봤더니 파피용이란 책이었다.
“맞선임 책 재밌는지 알고 싶습니다.”
“응 재밌어. 니도 집에서 책 보내달라고 해서 시간 될 때마다 독서해.”
이후로 집에 전화하여 읽고 싶은 책을 다 소포로 보내달라고 하였다. 처음엔 책을 몰라서 큰누나가 베스트셀러 위주로 사서 보내주었다. 이때부터 자기 계발서를 시작했는데 긍정적인 태도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이때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게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이 있다. R=VD라는 공식을 처음으로 알게 되고 실천하기 위해서 다이어리에 수 없이 적고 상상했던 거 같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법칙은 지금도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법칙 중 하나이다.
이때는 장르를 불문하고 읽었던 거 같다. <파피용>, <천사와 악마>, <냉정과 열정사이>와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흥미진진한 줄거리에 빠져서 책을 단번에 읽어 나가기도 하고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읽으면서 모험가 한비야가 되어 세상을 돌아다니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독서가 어느 정도 습관이 잡힐 무렵 난 목표를 세웠다.
‘전역할 때까지 책 100권 읽기’
다독이 좋은 건 아니지만 이때는 무조건 다독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책을 많이 읽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책 표지를 보면 내용이 궁금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이 책도 저 책도 읽고 싶었던 것 같다.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독서량이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성인의 경우 연간 독서량이 8.3권이라고 한다. 독서는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군대에 있는 독자들이라면 군생활 기간 동안 독서를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대에서 책 읽는 습관이 잡힌다면 전역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독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시간을 내지 않으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군대에서 내가 주로 읽었던 책들은 자기 계발서가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난 좋은 습관들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그중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그때그때마다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습관, 한해의 계획이나 한 달의 목표를 다이어리에 적는 습관도 가지게 되었다. 이 습관들로 인해 대학교를 다니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습관이 없었다면 내 대학생활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행히도 이때부터 이어진 독서 습관과 기록하는 습관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지금 읽는 책들은 읽어도 잘 생각이 나질 않는 반면에 이때 읽었던 책들은 줄거리 생각도 잘나고 책 표지도 다 기억에 남아있다. 그만큼 이때는 강렬하고 열정적으로 독서에 몰입을 했던 것 같다. 독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전역할 때까지 꾸준하게 책을 읽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50여 권의 책을 읽고 전역했었는데 후회는 없었다. 그래도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목표를 반이라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도는 이미 긍정적으로 변해있었고 ‘다음에 목표 한 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실제로 전역 후에도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었는데 연도 별로 나누어서 독서 목표를 정하곤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독서를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이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하면서 변화하는 게 좋아 내 주위 사람들에게도 독서를 추천해주곤 하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느낀 것이 있다. 독서는 추천해준다고 해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가 직접 독서를 하고 그로 인해 깨달을 때 독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내 주위에는 독서를 하는 친구 태규와 창현이가 있었다. 친구들 덕분에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독서를 꾸준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독서를 하고 서로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고 독서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는 나름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이 독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독서로 인해서 사고가 확장되고 시야가 넓어지고 지식과 지혜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 글쓰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지인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글쓰기를 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
물론 희망사항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