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집 #3
너는
말이 없는 사람
새벽을 남기는 사람
미지근한 숨을 토하는 사람
그때의 넌 아마도-
해보다 달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를
한 없이 비추는 대신
행여나 다칠까
빛을 호호 불어 준다고
은은하게 피어난 꽃으로
서로의 진심을 바라보게 한다고
하지만 너는 그런 달도,
때론 한 없이 울고 싶을 거라고 했다.
그런 게 세상이라고 했다.
움츠린 문 틈 사이
조그맣게 피어난 손바닥
유난히 좁아진 어깨너머
너는 오늘도 이름 모를 약병을 털어 넣는다.
네가 사는 이 동네는
옛날 산을 깎아 만든 것이라 한다.
해가 뜬다.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