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원이 아깝지 않냐고요?
부부상담을 받는 동안
우리 부부는 문제가 생기면
상담센터를 통해서 해결을 하곤 했다.
마치 초등학생이 엄마에게 이르는 느낌으로.
(쟤가 자기 맘대로 해쪄여!!!)
서로의 의견 조율이 필요할 때도
팽팽한 대립 상황을 직접 풀기보단
상담센터에 의지 해서 해결을 하곤 했다.
나와 배우자 각자의 생각은 집어넣은 채로,
상담센터 원장님의 판단력에 의지했다.
어느덧 상담이 끝나고,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우리 둘.
(이제 어떡하지....)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생각보다는
우리 둘의 의견에 초점을 맞춰서 결정하면 좋겠어."
내가 말했다.
시댁의 간섭과 침범이 없어졌으니
우리 부부는 대화로 모든 것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란
믿음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우리 이제 1주일에 한 번이라도
부부 대화 시간을 30분이라도 갖는 건 어떨까?"
상담을 받으며 남편도 나도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알게 돼서인지
부부 대화 시간을 손쉽게 확보했다.
그렇게 주에 한 번이라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의 이슈도, 부모님 이슈도 아닌,
우리 둘 만의 이슈로.
"나는 요즘 글을 쓸 때 행복해.
솔직하게는 평생 글을 쓰면서 살면 행복하겠다 싶어."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럽다. 나는 회사 일이 천직이라고 느껴질 만큼 재밌는데,
삶에 활력소가 되는 일, 그리고 가슴 뛰는 일이
내 삶에 있나 생각해 보면 그건 모르겠거든."
어떤 날은 이렇게 순탄하게 대화가 됐다.
하지만 인생은 늘 굴곡이 있는 법.
우리의 대화도 숨 막히는 대치 상황이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까꿍)
"하... 자기는 맨날 그렇다니까!!!"
(비난)
"이럴 거면 그만둬!!!"
(협박)
"대화 시간도 없애버려!!!!!"
(대화의 열매 맺기 실패)
(또륵)
상담센터에서 절대 하지 말라는
비난, 협박, 결론 없는 대화 마무리를 반복하는 날도 있었다.
(아... 인생무상....)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 않을 내가 아니다.
"우리가 여전히 이전에 하던 대화 방식이
익숙해서 그런 것 같아.
다시 화를 가라앉히고 정정해서 말해보자."
(원장님 빙의)
"그동안 당신이 애쓰고 고생한 것도 많은데
내 입장에선 내 희생을 알아주지 않는 듯한 느낌이
서운함을 키웠던 것 같아."
(잘한다~)
오히려 대화가 잘 안 될 때,
대화를 더 연습해야 한다는 의미로
자주 남편과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집요)
지금은 수시로 우리의 대화를 할 만큼
나름의 발전을 했다.
(그전엔 시댁얘기, 아이들 이야기,
급히 결정해야 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아마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 중에는
부부상담을 하면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하듯
부부 사이가 좋아지는 게 아닌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여러 가지 상황이 존재하겠으나,
우리 부부는 뚝딱! 하고 좋아지지는 않았다.
다만 부부상담에서 배운 내용들을
계속 복습하며 우리 대화를 매끄럽게 다듬어 가고 있다.
여전히 시댁 이야기는 내 눈물버튼이고,
꺼내기에 두려운 주제가 맞다.
하지만 사소한 이슈를 가지고
대화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해가고 있으니
머지않아 시댁에 대한 내 감정 또한
대화로 풀어가는 시간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부부상담에 돈 1,000만 원 쓴 게 아깝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단순히 돈으로만 생각하면 아깝다.
하지만 부부상담을 통해서
남편이 처음으로 시댁의 구조적 문제점을
깨닫게 됐고,
우리 삶을 쥐락펴락 하던 시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쩌면 상담을 통해
우리 삶의 주도권을 다시 내가 거머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상담비 1,000만 원은 전혀 아깝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부부는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이혼의 문턱에서 우리 부부는 부부학교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 부부를 만져주신다는 것을
몸소 진하게 체험했고,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확신하며
이전의 대화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부부학교에서 만난 인생 선배,
그리고 함께 부부 관계를 발전시키는 사람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기도 하고,
TV에서 나오는 부부의 대화를 보면서도
좋은 점이 있으면 보고 배우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때로는 서로를 지지해 주는 말이
낯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우리 대화 연습해야 하잖아~^^"라는 말로
남편을 회유(?)하며
닭살 멘트를 날리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당신이 우리 가족을 위해서 고생해 줘서
아이들도 나도 편히 지낼 수 있어서 고마워~"
이런 말들.
(물론 자주 하진 않는다.)
(쿨럭)
우리 부부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
이 분위기를 아이들도 느끼는지
어느 날 큰애가 말했다.
"엄마랑 아빠랑 뽀뽀해요~~"
아이가 만들어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아이들 앞에서 뽀뽀를 하자
작은아이까지 물개 박수를 치며
관객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앞으로 우리 부부생활,
아니 우리 가족에게 웃음꽃 피는 날이 많길!
진심으로 기도하고 응원한다.
그동안 우리 부부를 응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꾸벅)
- 작가의 말 -
<<시댁,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brunchbook/glowup1
<<우리, 진짜 부부가 될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brunchbook/glowup2
두 작품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제 삶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변화한다면
제 글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해서 남 주자"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어쩌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저의 이야기를 꺼내
제가 상담센터에서 배운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여러분의 삶 또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이제 좌충우돌 육아 일상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