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
면접 당시의 느낌도 싸했다. 나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대표 본인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O형이라 욱하는 면이 있지만 뒤끝은 없다고. 같은 O형이라 잘 맞을 것 같다고. 좋게 말해 예술가의 기질이 다분한 스타일이었다.
출근 첫날 점심시간, 남자 직원들은 대표와 같이 나가서 점심을 먹고 당구를 치고 들어왔다. 여자 직원들은 사무실에 남아 백반을 시켜먹었는데 그게 일상인 듯 자연스러웠다. 성별 나눠 밥 먹는 것부터가 썩 좋지는 않았다.
입사 이틀 후 회식 자리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남자 직원 둘과 대표가 한 식탁에, 나와 인수인계해 주시는 여자 한 명, 디자이너 여자 한 명이 옆 식탁이었는데 족발 한 접시가 남자 테이블 쪽에만 놓였다. 대표가 족발 몇 점을 들더니 휙, 우리 테이블 쪽으로 던지는 것이었다. 접시도 뭐도 없는 텅 빈 테이블 위에 놓인 족발 몇 점. 대표는 이 정도도 과분한 거라며 말할 때마다 배신자를 꼭 덧붙였다. 이미 만취되어 있는 상태였고 인수인계해 주시는 여자 직원과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봐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뿐이었다.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소주가 가득 담긴 잔을 인수인계해 주시는 여자한테 뿌리며 찰진 욕을 쉼 없이 퍼부어댔다. 울면서 뛰쳐나간 여자와 함께 따라나선 디자이너, 그리고 남겨진 나!
이제 그만 집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할 걸 그랬다.
사무실 바닥에 신문지를 펴고 앉아 다시 술판을 벌이던 참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대표가 보라색 섀도, 빨간 립스틱에 야릇한 실크를 어깨에 두르고 기묘한 춤을 추며 돌아왔다. 남자 직원 둘은 익숙한 듯 다시 술을 들이켰다. 아마도 지금은 그저 술을 마셔야 할 때! 인 것 같았다. 그렇게 쭉쭉 마시다가 정신을 차리니 아침이었고 나는 소파 위에서 대표는 소파 밑에서 자고 있었다.
거래처를 가야 한다며 대표는 서둘러 나를 끌고 사무실을 나왔다. 조수석에 앉은 내게 대표는 "봐준 거 알지?" 하며 눈을 찡긋하더니 걸어가는 여자 고등학생들을 보며 "따먹기 딱 좋게 익었네." 라며 입맛을 다셨다. 화장실을 갔다 오겠다며 나는 급히 차에서 내렸고 골목길을 돌고 돌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가 마침 출근 시간이었다. 문자 한 통이 왔는데 한 남자 직원이 다른 남자 직원에게 보낼 문자를 나한테 잘못 보낸 것 같았다.
새로 온 여자애는 오늘 출근 안 했지?
내일도, 모레도 출근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