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표시하는 방식
브런치에도 있다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댓글 하나를 달아도 공감을 한다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말을 적었다. 영어도 사투리도 아닌 표준 한국말인데도 해석이 불가능했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공부하며 본 것 같기도, 유명 외국 작가의 번역본에서 본 것 같기도 한 문체였다.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일단 고개는 끄덕인다. 그래야 내 부족함이 탄로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실제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조금 쉽게 말해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학도, 미술도, 영화도 그렇다. 흔히 말하는 작품성이란 건 어렵고 봐야 한다. 쉽게 이해되지 않아야 상을 받았다. 뭐 유명 작품이야 작가든, 평론가든, 이해력 좋은 누군가든 해석을 해주지만 브런치는?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묻고 싶어도 묻어야 했다. 두고두고 곱씹을 여유가 없다. 어렵게 쓰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의도일까. 저런 글은 아무나 쓸 수 있어, 난 저들과 달라! 그런 우월감일까?
요즘엔 한 줄을 읽어도, 단번에 빡! 심장에 꽂히는 글이 좋다. 오히려 그런 글들을 보며 감탄을 한다. 엄지 손가락으로 쭉쭉 흘려보내다가 멈칫,하는 순간은 바로 이때다.
그 책, 저도 읽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한 대리가 있었다. 내 기준에 정말 신기했던 건, 누가 어떤 책을 말하든 "그 책 저도 얼마 전에 읽었어요."라며 술술 이야기를 했다. 마침 나도 얼마 전 읽었던 책이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데, 듣다 보니 이상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맞다! 책 맨 뒤에 있는 해설이었다. 작가의 숨은 의도 찾기며 감상평들이 해설 그대로였다. 정말 그게 그 사람의 감상일 수도 있으니까? 어쩌다 해설과 맞아떨어졌는지도 모르니까? 말을 하지는 않았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는데. 그녀의 도서 목록과 겹칠 때면 난 매번, 해설을 각색하는 그녀를 목격했다. 그녀와 나의 도서 목록이 자주 겹쳤던 것도, 시기가 엇비슷했던 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겠지만.
난 해설에 집착했다. 영화를 본 후에도 결말 해석 관련 글들을 꼭 찾아 읽었다.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도 봤지만, 이해가 되어도 내 생각이 맞나? 확인 차 읽었다. 그것도 아주 꼼꼼히.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줄거리도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았다. 어렴풋이 큰 줄기만 기억했다. 전부를 기억하지는 못해도,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였다가 어느 순간 불쑥 튀어나올 때 환희를 느꼈다. 그 기쁨에 읽고, 봤다. 반대로 그녀의 목적은 소통이었다. 정말이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을 했다. 그게 해설이 됐든 어쨌든 다 기억을 하고 있다는 게 나로선 세상 놀라웠다.
와, 진짜! 그 정도 노오오오오력이면 책 좀 읽었다, 해석 꽤나 한다, 자랑해라, 자랑해!
글로 배웠습니다
육아서, 육아 관련 영상(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 저렇게 훈육해야 한다 등등 정답도 해답도 한가득이다. 최근에는 여기도 오, 저기도 오...! 1 가정 1 오은영 박사님이다. 너도나도 그 톤으로 아이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은,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에 반감이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 아닐까. 오은영 박사님이 아닌데 다들 그렇게 말을 하고 있으니 사실, 좀 부담스럽다.
엄마는 당연히 화가 나야 하고, 아이는 분명히 혼이 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엄마의 얼굴은 분명 화가 났는데, 말투가 오은영 박사님이다. 그 엄마는 육아서도 많이 읽은 티가 났다. 화를 꾹꾹 눌러 담고 육아서에서 많이 봐왔던 그대로 말을 했다. 이상하게 더 무섭다, 느낀 시점은 바로 얼굴과 말투의 괴리 때문이었다. 뭔가 감정 없이, 상대의 반응에 관계없이 프로그램대로 정해진 답만 순서대로 말하는 A.I 로봇 같았다. 차라리 화난 얼굴 그대로, 안돼!라고 낮은 톤으로 말하는 게 더 인간적이었지도.
그렇게, 하라는 거지 똑같이, 하라는 게 아닌데! 하물며 똑같이, 하지도 못하면서 어설프게, 따라 하고 있었다. 아이와 엄마 둘만 있을 때는 괜찮다. 집에서는 A.I가 되든 괴리가 생기든 알 바 아니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본인의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도의적으로, 인간적으로 그건 아니다! 싶은 순간에도 나긋나긋하게, 육아서에 나온 그대로 말하는 엄마들이 있다. 친구들 앞에서 내 아이를 혼내지 않는다, 는 철칙을 지키는 엄마였다. 그럴 때면 피하는 쪽도, 혼나는 쪽도 우리 아이가 된다. 둘이 있을 때 잘 다독여주고 안아주면 되니까. 누구는 육아서 안 보고, 관련 영상들 안 찾아봤나? 다 봤다.
육아서에 나온 대로! 오은영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말하고 싶으면 엄마와 아이 둘만 있을 때 했으면 좋겠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너무 부담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