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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의주도 미세스 신 Apr 19. 2021

재미없는 임신생활의 시작

생파하기 좋은 달, 아들이 좋은지 딸이 좋은지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클리어하고, 우리에게는 숙제가 주어졌다.

4~5월 생의 남자 아기를 만들자!


아기가 10개월 동안 엄마 뱃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오는 줄로만 알았던 우리는 5월을 역순으로 세어 8월부터 시도하기로 했다. 6월부터 나의 생체주기를 고려하여 기간을 대략 정하였고 그때까지 몸을 가꾸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이면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캠핑에 가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던 신혼 파티는 끝났다.

비타민도 챙겨 먹고 몸에 좋다는 것들을 위주로 식단을 꾸렸다. 이때부터 재미없는 임신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아기의 출생 시기를 정하는 문제는 성별을 결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한 편이었다.


문제는 남자 아기를 선택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어렸을 때 드라마 '허준'에 빠져 동의보감 관련 정보를 섭렵했던 나는 동의보감에 아들, 딸을 정할 수 있는 방법이 전해져 내려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아주 잠깐 생물학에 발을 담글 뻔했던 나는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환경인지 알지 못했고, 자연 상태의 인간의 몸에서 수많은 변인들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정적으로, 모든 변인을 완벽하게 통제했다 할지라도 3억 마리나 되는 정자들이 얌전히 그 조건에 따라준다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수준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에는 '아들 낳는 법'이라는 주제의 동영상이 셀 수 없이 많이 검색되었고 심지어는 책을 읽고 그대로 따랐다는 부모들의 후기도 상당수 검색되었다. 동영상을 몇 개 찾아보다가 나 역시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라는 책을 주문하여 읽어보았다. 이 책은 미국의 셰틀즈 박사가 연구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에서 15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나처럼 자식의 성별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로 책까지 구입하는 쿨하지 못한 부모들이 미국에도 많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다. 이 책의 결론은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좋아하는 환경이 각각 다르고 이는 부모의 생활습관, 식습관, 성격 등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관계를 맺는 시간과 환경 등을 조절하여 아들 또는 딸을 낳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과학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는 어디까지 확률을 높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우리는 책에 나와있는 방법과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보았다. 그 작은 확률이라도 높여 계획대로 과제를 수행하고 싶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쓸 데 없고, 전혀 우아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아마도 나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이 월별, 주별, 과목별 계획을 짜고 최선을 다하면 그에 맞는 성적표가 나오는 시험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쯧쯧...

        

책장에 꽂아놓기 민망한 제목의 그 책


<남편의 참견>

아들이든 딸이든 난 다 좋으니 저 책은 이제 알라딘으로 보내 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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