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년 전 이십대 여성을 변호한 적이 있다. 당시 국방의 의무 대신 송무를 수행하던 시절이라 맡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중년의 모 대기업 임원이 지방출장갔다가 업소에서 만나 한때 절절히 사랑했던(쌍방이었는지 일방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한참 젊은 여성을 상대로 과거에 주었던 선물과 유가증권 등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그날부터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어 깊은 상실감에 소송까지 이르게 된 사건이었다.
선물을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마음보다는 소송이라도 걸면 법정에서 얼굴이라도 한번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같은데 그 남자분은 재판에 출석했지만 아쉽게도 여성은 출석하지않고 소송대리인인 나만 출석하였다.
소송은 원고(남성) 패소로 끝났지만 기혼상태였음에도 소송까지 제기한 점은 졸렬한 본전생각이었기보다는 나름의 용기 내지 마지막으로라도 한번 만나고 싶은 일종의 로맨스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선해해본다.
수십년이 지난 오늘 갑자기 그 사건이 떠 오른건 매월 몇억원의 엄청난 임대수익을 가진 연세지긋한 빌딩임대인과 그 임차인의 분쟁을 중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기 때문이리라.
그 수입과 재산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굳이 영세 임차인과 분쟁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지만 위 소송을 생각해보니 전혀 이해못할 바도 아닌듯하다.
그 소송사건처럼 애틋한 남녀관계는 아니었지만 먼저 깍뜻이 인사하고 항상 상냥하던 임차인이 갑자기 냉랭해져서 임대인은 섭섭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