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배우자인 을은 2006.부터 2008.까지 총 30회에 걸쳐 자신의 급여 합계 10억원을 계좌이체의 방법으로 갑 명의의 은행계좌에 입금하였습니다. 이에 세무서는 을이 갑에게 10억원을 증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전제 하에 갑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였습니다. 을이 위 10억원을 갑의 계좌에 입금한 것이 증여가 아닌 다른 원인이었다면 그 입증을 갑이 하여야 하나 갑은 그 입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부부 사이에서 일방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되어 타방 배우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는 경우에는 증여 외에도 단순한 공동생활의 편의, 일방 배우자 자금의 위탁 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예금의 인출 및 입금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경험칙에 비추어 해당 예금이 타방 배우자에게 증여되었다는 과세요건사실이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5.9.10. 선고 2015두41937 판결)고 판시하였습니다.
조세부과처분 취소소송의 구체적인 소송과정에서 경험칙에 비추어 과세요건사실이 추정되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에는(즉, 이 사안에서는 증여사실이 추정된다면)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납세의무자가 문제 된 사실이 경험칙을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거나 해당 사건에서 그와 같은 경험칙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 등을 증명하여야 하지만, 그와 같은 경험칙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세무서는 부부 간에 돈이 이동하였다면 경험칙 상 증여로 보아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대법원은 부부간에 돈이 이동하였다고 하더라도 증여로 보아야 한다는 경험칙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당시 위 대법원 판결의 하급심인 서울고법 2015. 4. 3. 선고 2014누59872 판결에서는,
증여세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에 의하여 증여자로 판단된 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되어 납세자 명의의 예금계좌 등으로 예치된 사실이 밝혀진 이상 그 예금은 납세자에게 증여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와 같은 예금의 인출과 납세자 명의로의 예금 등이 증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에 대한 입증의 필요는 납세자에게 있다는 판결(대법원 2001.11.13. 선고 99두4082 판결)을 근거로 위 대법원 판결과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얼핏보면 위 대법원 2015.9.10. 선고 2015두41937 판결과 대법원 2001.11.13. 선고 99두4082 판결은 서로 상충되어 보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면 전자는 부부관계이고 후자는 부부관계가 아닙니다.
부부관계에서의 계좌이체는 반드시 증여가 아니라도 다른 이유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지만 부부관계가 아닌 남남의 경우에는 계좌이체는 증여가 아니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경험칙이나 사회통념인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