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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 고근산

지금 현실의 나는 진짜 내가 맞는 걸까

by 그믐 Jan 20. 2025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간만에 제주도 올레길을 걷기 위해 아침 일찍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제주도는 서울만큼이나 추웠습니다. (2025년 1월 16일 기준) 기온은 서울보다는 높지만 수분을 머금은 세찬 바람이 몸에 닿는 순간 으슬으슬하더라고요.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해서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뜨끈뜨끈한 해장국집에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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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입맛이 민감해서인지 모르지만 선지와 고기에서 살짝 비린 맛이 감돌더라고요. 이 비린 맛을 맛보기 위해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처럼 예민한 사람은 다시 오기엔 망설여지더라고요.


아무튼 해장국을 시원하게 다 먹고 나서 바로 버스를 타고 서귀포에 있는 호텔로 향했습니다.


호텔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차창 너머로 한라산이 보였습니다. 정상부 쪽에만 하얗게 눈이 녹지 않은 모습을 보니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보자마자 뭔가 울컥,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이상하게 눈물이 핑 돌더군요. 옆 사람이 볼까 봐 남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멋진 자연경관만 보면 눈물이 나는 제가 참 이상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숙소에 캐리어를 놓고 한라산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바로 뒷산인 고근산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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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근산으로 올라가는 오르막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그래도 힘차게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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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귤나무가 참 많습니다. 고근산으로 올라가는 도중 만난 한 가정집 앞의 귤이 너무 탐스럽고 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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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참지 못하고 만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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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열심히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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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울창한 숲으로 들어섭니다. 숲이 참 멋있었습니다. (제주올레 길 7-1 코스 지나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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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정도 오른 후 나타난 전망대. 하지만 사람이 못 들어가게 막아놓았더라고요.

아쉬웠지만 그래도 날이 너무 좋아 올라온 보람이 있었네요.


반대편으로 돌아 좀 더 오르니 더 멋진 전망대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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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멋진 한라산이 보이더군요.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데크에 앉아 일몰 때까지 한라산을 보며 멍을 때렸습니다.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뭘 원하는 사람인지 자꾸 잊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가끔 이렇게 제주도에 와서 자연을 벗 삼아 함께 있으면 어렴풋이나마 내가 누군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다시 반추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무실에만 박혀 있는 건 진정한 내 삶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며칠 후 다시 서울로 돌아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을 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 잊고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로 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하얗게 눈이 덮인 한라산 정상부 윗세오름을 오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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