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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4박 5일 걷기 여행 - 올레 5코스

착각 속에 살아가는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by 그믐 Jan 25. 2025

제주 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저 혼자 밖에 걷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말 그대로 길 위에 늘 저만 걷고 있었습니다. 앞뒤에 아무도 없던 것 같아요.


가끔 누군가 뒤따라 오거나 앞서 걸어가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저보다 먼저 시작점에서 출발했거나 역방향에서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을 법한데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올레길을 걷는 날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걷는 걸 멈추기라도 하는 건가, 진지하게 의심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처음엔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사서 스탬프를 찍으며 다녔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싫어했습니다.


제주올레 완주 인증이 마치 숙제를 하고 나서 검사를 받는다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완주 인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자유로운 여행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고민 끝에 올레길 몇몇 코스 정도만 스탬프를 찍고 그다음부터는 인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에 기록하는 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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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제주 올레길 5, 6 코스를 걷기로 했습니다.

숙소에서 일찍 나와 올레길 5코스의 시작점인 남원포구로 가는 버스를 정류장에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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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이동한 후, 내려서 시작점까지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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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안내소가 있는 시작점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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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위로 올라가서 한참을 걷다가 따듯한 햇빛과 시원한 해풍이라는 역설적인 온냉기법(?)으로 말려지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오징어 분들의 대열을 만납니다.


곧 남원 큰엉 해안 경승지 입구로 들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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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엉 해안 경승지는 바로 옆에 바다를 끼고 조성된 울창한 숲길입니다.


큰엉 해안 경승지를 통과한 후 태웃개에서 얌전히 앉아 있는 냥이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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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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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어 배가 출출해지네요. 근처에 보이는 중식집으로 들어가 볶음밥을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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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옛날 불 맛 향이 나긴 했으나 예전의 그 깊은 볶음밥 맛까지는 따라가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짜장도 그렇게 맛있다고는 못 느꼈네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것 같고 간만에 계란 국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중식집을 나와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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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이 길을 지나 나오는 이 차선 도로를 걸으니 곧 5코스의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가는 길목마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좀 낯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예전에 내가 걸을 땐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니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걸으러 나온 건지 모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가 걷던 날이 전부 날씨가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오늘 걸으며 스쳐간 사람들의 걷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었습니다.


사람들마다 걷는 패턴이 다 다르다는 거죠. 그 패턴이 서로 교차하지 않고 어긋나면서 만나질래야 만나질 수가 없던 것 같아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내 뒤로, 또는 내 역방향으로 걷는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식당 안으로 들어가 밥을 먹고, 또는 화장실에 간 사이에, 그러니까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사이에 사람들이 내가 걷던 길을 그대로 지나쳤을 가능성을 간과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전히 내 관점으로만 눈앞에 펼쳐진 현상을 단정 짓는 오류를 범한 거죠.


갑자기, 첫날 제주도에 와서 먹은 해장국이 비리게 느껴진 것과 오늘 점심때 시킨 볶은밥이 입맛에 맞지 않는 것 또한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의 기억이 지나치게 미화되어 부풀려졌거나, 당시의 공복의 정도가 지금과 달라 맛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고, 날씨 및 기후 상황에 따른 기분과 감정의 영향을 받아 음식 맛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어쩐지 지울 수가 없네요.


왜냐하면 제가 방문했던 해장국집과 중식집 안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이죠.


제 두뇌의 인식 오류에서 나오는 주관적 환각이 작용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내 미감이 정확하여 객관적인 사실을 올바르게 판단했거나 둘 중 하나겠죠.


아무래도 늘 이런 오류를 왔다 갔다 하며 사는 게 저, 그리고 모든 인간의 운명인가 봅니다.



이제 조금 휴식을 취하다가 제주 올레 길 6코스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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