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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Aug 03. 2023

동동이의 뜨거운 여름방학

가는 날이 장날이네~ 옥수수 포장하기

어린이집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어요. 딱 일주일인데 여름휴가는 벌써 다녀와서 딱히 갈 곳도 없이 일주일을 보내게 생겼지 뭐예요.


그래서 친정이라도 다녀오려고 일주일 전에 기차표를 예약했습니다. 요즘 강원도 가는 ktx가 정말 꽉꽉 차요. 예약해 놓지 않으면 평일에도 갈 수가 없습니다. 겨우 기차표를 끊었어요. 이번에도 신랑은 회사에서 열일하고 동동이와 단둘이 집으로 갔습니다.


동동이가 진짜 많이 큰 걸 느껴요. 외갓집에 가면 증조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큰삼촌, 작은삼촌이 있는 것도 알고. 마당에 닥스훈트가 있는 것도 알고, 고양이가 누워서 낮잠을 자는 것도 알아요.


언제 이렇게 쑥 컸을까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옥수수 2차 수확하는 날이랑 딱 겹쳤어요. 엄마 아빠는 새벽 4시부터 옥수수를 따고 저는 동동이와 거실에서 늦잠을 잤어요.


아침을 먹고 작업실로 쓰는 창고에 갔습니다.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원래는 없던 해충이 생겼대요. 


열심히 벌레를 털어보려고 장갑을 끼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동동이도 애벌레 구경하겠다고 나와서 증조할머니와 함께 의자에 앉았습니다.





엄마가 보고 제가 한번 더 본 후에 상자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마당에 묶여있던 멍뭉이그늘에 자리를 잡았어요. 사람은 일하는데 개는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네요. 부럽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폴킴의 노래가 흘러나오니 콘서트장이 따로 없네요.  



처음엔 속도가 나지 않았는데 하다 보니 손에 익더라고요. 장갑으로 쓱쓱 걷어내고 파고든 녀석도 가위로 철컥철컥 잘라 버립니다. 그래도 안 되는 옥수수는 따로 모아서 집에서 쪄 먹고요~




동동이가 삼촌이랑 잘 놀고 낮잠도 같이 자 준 덕분에 일을 할 수 있었어요. 판매자의 입장이 되다 보니 어쩌겠어요.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이는걸요.


날씨가 더워지면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하는 해충이 한국까지 올라왔다고 해요.


깨끗하게 자랐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주문도 며칠 만에 닫아버렸고요. 남은 옥수수는 밭에서 말려서 강냉이 아저씨에게 판다고 하네요. 그래도 무사히 택배를 보냈습니다. ^^





지금은 다시 인천 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2박 3일 강원도 여름휴가를 제대로 다녀온 느낌이에요. 창고에서 일하면서 선풍기 바람이 시원한 오랜만에 느꼈어요.



동동이는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직접 따서 쓱쓱 씻어 먹어봤어요. 여기에 살 때는 정말 지겹기만 했던 풍경이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좋은 놀이터가 없네요. 추석 때 온 가족이 함께 올 때도 미리 기차를 끊어놔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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