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May 29. 2024

교실을 숲으로 만들까?

뒤늦은 식집사의 교실 생활기

아무리 정리를 해도 교실이 삭막해 보여서 고민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3월이 지나고 알게 되었어요. 아, 교실에 식물이 필요해.


처음에는 옆반 선생님을 따라서 꽃 배송을 받으려고 했어요. 교실에 꽃을 꽂아놓는 선생님이 얼마나 좋아 보이던지요. 예쁜 꽃도 좋지만 여유, 부드러움, 그리고 설마 '꽃 앞에서 화를 내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꽃 배송을 받는 옆반을 보니, 꽃이 정말 금방 져버리더군요. 하긴 이미 줄기가 잘린 꽃은 아무리 물을 갈아줘도 곧 시들 운명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머물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학교 숲을 검색하니 여러 사진이 나오네요!


아, 교실에 화분을 많이 두면 되겠구나. 기대를 가지고 4월이 되기를 기다려서 모종 11개와 저면관수 화분을 배송받았습니다.



대망의 택배 오는 날. 모종은 싱싱했고, 화분도 같은 날에 배송이 와서 바로 분갈이에 돌입했어요.


1학년 아이들과 함께하는 분갈이는 생각보다 힘들었고, 교실은 흙으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식물의 머리채를 쥐고 뿌리를 화분에 넣었다 뺐다 번씩이나 해서, 식물이 살아남을 있을까 걱정을 했어요.


어쨌든 분갈이는 끝나고 저희 반에는 저마다 다른 11개의 화분이 생겼습니다.  






5월이 되니 곳곳에서 새로운 잎사귀가 나오고, 꽃이 피려고 봉오리가 맺히기도 했어요.



하나의 식물만을 키웠다면 몰랐을 다양한 아름다움을 교실에서 느껴봅니다. 집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자신감도 생겼어요. 아, 나도 식물을 죽이지 않고 키울 수 있구나! (물론, 저면관수 화분이 한 몫하기는 한 것 같아요.)


주말이 지나면 쑥 커있는 식물들처럼, 언제 자랐는지 모르게 아이들도 쑥 자라겠지요. 식물 앞에 옹기종기 모여 떠드는 아이들을 보면 교실에 식물을 두길 참 잘했다 싶어요.




식물이 주는 위안은 이런 느낌이에요.


이곳에 혼자는 아니야.

우리 함께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