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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n 06. 2024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자기 조절력'

교실에서 교사로 살아가기 위해

아이를 키우면서 울고 떼쓰는 아이를 마주할 때 보통 나 자신의 바닥과 마주하곤 합니다. 참다 폭발하기도 하고, 나 자신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데 어리고 작은 이 아이가 모든 것을 달라고 하니 가끔은 그 모든 게 버겁고 억울하기도 했지요.


아이랑 싸우는 것은 답이 없습니다. 결국 엄마인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요. 이렇다, 저렇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도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복직을 하고 학교로 돌아와서, 우리 반 10명의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사실 교실의 분위기도 육아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5월 한 달은 지독한 감기로 몸도 마음도 힘든 한 달이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감기가 끝날 무렵 또 다른 감기가 걸렸고 기침은 천식을 의심할 정도로 심해져만 갔습니다. 알레르기가 심해서 코 전체가 꽉 막혀버리기도 했어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데 수업은 해야 하고, 아이들은 조용해지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짜증이 올라왔던 모양입니다. 이제 감기가 다 나아가서, 숨이 쉬어지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니 5월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감기가 나아서, 날이 좋아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아, 내가 지난주에 힘들었던 모양이구나. 그게 애들한테까지 다 전해진 모양이다.'


선생님이 짜증이 많아지고 힘들어지면 아이들이 귀신같이 눈치챕니다. 그리고 불안해하거나 때로는 학교에 올 때 울기도 해요. 특히나 우리 1학년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뒤늦게 미안하고, 왜 그랬지 싶기도 해서 어제는 아침시간에 대뜸 미안하다고 고백부터 해버렸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처럼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고요? 네, 그래도 항상 새롭게 깨닫는 중입니다.


소란한 와중에도 교사는 항상 중심을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요. 가정에서 육아할 때 부모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 엇나가는 것처럼 학교에서도 중심을 잡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어떤 하루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침에 딱 일 분만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습니다. 나를 위해, 너를 위해, 한 교실에서 생활하는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선생님인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되새깁니다.



*사진: UnsplashJess Ba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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