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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n 26. 2024

오늘은 수요일, 운동장 한 바퀴 도는 날

운동장에서 만난 형, 누나들


저희 학교의 등교시간은 8시 40분입니다. 저는 10분 일찍가서 등교하자마자 학교 별관에 있는 어린이집에 동동이를 맡기러 갑니다.


학교 주차장을 나와 본관을 가로질러 화사한 꽃밭과 텃밭을 지나 어린이집까지 걸어가요. 요즘에는 텃밭 상추는 꽃대가 쑥 올라왔지만 방울토마토와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 있어서 구경하는 맛이 쏠쏠합니다.



오늘은 우리 반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와있네요. 수요일이니까요!




학교 스포츠클럽에서 '걷기' 활동을 하게 되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동동이와 우리 반 학생들이 만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장을 걷고 있으면 바로 그 시간에 동동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 때문이에요.


수요일 아침 걷기를 시작한 첫날, 첫 만남은 생각처럼 멋지진 않았습니다. 그날따라 애착 이불을 집에 놓고 오는 바람에 동동이는 주차장에서부터 울음바다였거든요.


다시 집으로 가겠다며 통곡을 하는데 어디 갈 수가 있나요. 학교까지 20분 동안 차를 타고 왔는데 말이죠. 는 동동이를 들어 안고 어린이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저 멀리 보이는 우리 반 아이들이 보입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군요. 몸부림치는 동동이를 고 간신히 어린이집 초인종을 누릅니다.


"이불은 집에 있으니까. 집에 가서 줄게."

 

동동이는 듣지 않습니다. 얼굴이 벌게져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결국 어린이집 선생님이 안고 들어갑니다. 밖에서 우리 반 아이들이 빼꼼 들여다봅니다.


"와, 선생님 힘들겠다."


의외로 아이들이 위로를 해줍니다.  




두 번째 만남은 바로 오늘이네요. 오늘은 이불도 있고 컨디션이 좋습니다. 저 멀리에서 아이들이 장난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형 누나가 완전 장난꾸러기네."


우리반 학생들이 동동이가 말을 하는 걸 처음 본다면서 신기해합니다. 동동이는 형 누나를 만난 게 인상 깊었나 봅니다. 어린이집 선생님한테도 이야기를 합니다.


"선생님, 형 누나들은 완전 장난꾸러기예요!"



텃밭에 옮겨심은 동동이 네모필라, 씨앗부터 싹을 냈다.


잘가 동동아! 그렇게 바톤 터치.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교실로 향합니다.


오늘도 동동이와 1학년 학생들 10명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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