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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Nov 08. 2024

선생님은 화장한 것보다 쌩얼이 예뻐요.

이런 말을 들어보다니

아침마다 화장을 하긴 하지만 급식을 먹고 양치를 하면 쌩얼이나 다름없는 얼굴이 된다. 눈화장도 아주 가끔만 해서 화장한 티를 내는 유일한 부분은 입술이다.


입술을 칠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아파 보인다. 점심을 느릿느릿 먹고 급식차를 치우다 보면 양치할 시간도 내기 어렵다. 오늘은 겨우 수업시작 전에 거울을 보고 립밤과 립스틱을 발랐다.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를 때, 아이들이 물었다.


"선생님 화장해요?"

"어, 이거라도 발라야지."


그때 어떤 아이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말이 들려왔다.


"선생님은 화장한 것보다 쌩얼이 예뻐요!"


그 아이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저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화장을 하지 않은 선생님이 얼마나 예쁜지에 대해서 말들을 쏟아냈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나도 모르게 얼굴이 기분 좋게 달아올랐다.





매일 같은 머리 같은 화장, 옷도 편하디 편한 복장. 그렇게 학교에 다니다 보니 아이들은 선생님이 쌩얼인 줄 알았나 보다. 입술도 수업시간에는 영 칠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한 번 립스틱을 들었을 뿐인데 이런 감사한 말을 듣다니.


8살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예쁘다는 말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무래도 이번주에 웃고 다닌 보람이 있나 보다.




출근길에 억지로 웃고 다닌 지 5일 차, 거울을 보니 예뻐졌다는 느낌이 든다. 웃는 것과 웃지 않는 것은 화장을 하고 안 하는 것보다 더 큰 변화를 가지고 오나 보다.


출근 하는데 신랑이 피부가 좋아졌다고 말을 한다. 만성 트러블의 치료 방법도 웃음이다. 억지로 웃어도 웃어지더라.




아이들에게 살짝 미안하다. 매일 이렇게 웃어주지는 않았을 텐데. 잔소리도 하고 소리도 질렀을 텐데. 동동이에게도 마찬가지다. 동동이는 엄마가 웃으면 이렇게 묻는다.


"엄마 기분 좋아졌어?"


미안 동동아. 엄마가 기분이 좋은 날보다 안 좋은 날들이 많았어서.




그나저나 8살이 35살을 이렇게나 떨리게 만들 수 있구나 생각한다.


연애할 때 남자친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말을 너희들이 해주어서 고맙다. 너희들의 순수하고 솔직한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서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많이 웃을게. 우리 마지막까지 재미나게 보내자. 이제 2학기도 얼마남지 않았으니까. 공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들 다 해보자.


시간이 흐르면 아마 1학년 첫 담임인 나를 잘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좋았던 기억을 더 간직하기를. 곧 멋진 2학년이 되기를.



*사진: UnsplashRoonZ 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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