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뇌 과학자가 남긴 이야기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숲 속의 자본주의자'에 인용된 책이다. 너무 궁금해서 따로 메모를 해 놓았다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 '질 볼트 테일러'는 37살 뇌과학자로, 하버드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신경 해부학을 연구하며 활발히 연구활동을 하고 있었다.
작가는 어느 날 아침, 뇌출혈로 쓰러지고 만다.
선천적으로 동맥기형이 있던 혈관이 터져버린 것이다. 작가의 좌뇌는 피에 젖어 기능을 잃어간다. 작가는 자신의 능력이 하나하나 사라져 가는 과정과 다시 되찾게 된 과정을 책으로 남겼다. 회복하기까지 자그마치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좌뇌의 기능을 잃었을 때 작가는 숫자도, 글자를 읽거나 말하는 방법도, 기억들을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도 잃어버리고 만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걷고 일어서는 움직임도 다시 배워야 했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다른 뇌가 여전히 생생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바로 우뇌이다.
평소 우리는 좌뇌와 우뇌의 결합으로 매끄럽게 하루를 살아간다. 작가는 좌뇌의 기능이 멈췄을 때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경험이 결코 공포스럽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오히려 그 순간 평화와 자유를 느꼈다고 말한다.
"그날 아침, 나는 내가 우주와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로 나는 인간이 어떻게 '신비한' 혹은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는지를 뇌의 해부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1. 좌뇌의 언어중추가 침묵했다.
2. 삶의 기억들이 멀어져 갔다.
3. 내 몸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4.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을 느낄 수 있었다.
좌뇌가 멈춘 순간 어떻게 느꼈는지를 적어놓은 말들이다. 작가는 모든 것들을 에너지로 느꼈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각종 자극을 뇌가 처리해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체의 경계가 무너진 작가는 자신을 '하나의 고유한 개인'이 아니라 수조개의 세포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놀라운 생명체의 모임으로 보았다.
"나는 하나의 마음을 나눠갖고 있는 수십조 개의 세포들이야. 이렇게 생명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어. 정말 놀랍지!"
좌뇌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 작가는 우뇌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말해준다. 뇌졸중 같은 무서운 병이 걸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뇌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우뇌를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살아가면서 우뇌를 얼마나 무시했는가. 좌뇌가 우리 생활에 전반적인 모든 것을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험을 보고, 언어를 배우고, 외우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이 필수적인 것들이 되고 말았다.
만약 우리가 우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좌뇌의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뇌의 좋은 점들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쉴 새 없이 재잘되는 걱정 근심으로부터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살 수 있다. 감사함과 평화로 모든 사물을 바라볼 수 있고, 나와 대상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같은 에너지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런 비밀스러운 역할을 우뇌가 해주고 있었다는 걸, 작가는 몸소 큰 질병을 겪고 회복해 가면서 우리에게 알려준다.
작가의 말 대로라면 명상은 좌뇌를 잠시 쉬게 하는 것이다.
명상을 하다 보면 우리 마음속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잠시 멈추는 때가 온다. 그렇게 좌뇌를 잠시 멈추고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면 그곳에서 평화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떠오르고 사라지는 일상적인 문제들을 잠잠히 내려놓을 수 있는 '우뇌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37세에 쓰러진 작가는 유아기로 돌아가 엄마에게서 하나하나 다시 배우기 시작한다. 숫자도, 읽는 법도, 말하고 걷는 법도. 하지만 그동안 그녀의 의식이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바보가 된 것도 아니다. 다만 좌뇌가 다쳤을 뿐이고 그녀에게는 다시 뇌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작가는 다시 좌뇌를 깨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을 했던 이유는 사람들에게 우뇌의 숨겨진 역할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을 낸 이후 강연자로도 활동하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현하며 TIME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두개골을 여는 큰 뇌수술을 받은 후에도 자신의 경험에서 절망보다는 희망을 찾아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 TED 강의 : 모든 내용이 아주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3-6XxkB699o&t=7s
*사진: Unsplash의Milad Fakurian
예전에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인상깊게 읽었었는데요. 작가님의 글을 통해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갑네요.
좌뇌가 망가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뇌 중심의 사고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뇌과학자의 소중한 통찰이 빛났던 책이었어요.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오 ㅎㅎ 맞아요! 정말 흥미롭게 읽었어요 ^^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또 새로운 책이에요~ 시골에서 최소한의 조건에도 만족하면서 사는 삶? 재미있게 읽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