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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 작은 마음

I'm a just little person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Feb 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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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녀왔다. 업무 처리할 게 있어서 갔다가 서랍에 버리지 못하고 남겨둔 문서를 꺼냈다. 숙제처럼 남겨진 문서들. 1년 동안 소중하게 보관했던 성적도 이제는 모두 지난 일이 되고 말았다.


업무 인수인계를 손글씨로 써 내려갔다. '내가 떠난 자리에는 누가 올까? 혹시라도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오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최대한 꼼꼼하게 적었다. 이 어설픈 종이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파쇄기가 문서를 삼킨다. 문서가 조각조각 잘게 잘린다.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요즘은 붕 뜬 느낌으로 살고 있다.


사직원을 냈지만 아직 처리된 것은 아니기에 업무는 해야 한다. 이미 마음은 붕 떠 있다. 아침에 동동이를 데려다주러 운전대를 잡으며 출근하는 수많은 자동차들을 본다. 나는 떨어져 나왔다. 세상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방향에서 혼자 뚝.


제주에 한 번쯤 살아보기는 원했지만, 지금처럼 사직서를 내고 제주도에 내려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제주도를 간다고?' 믿기지가 않는다.


가서 뭘 할 거냐고 묻는다면, 지금과 다를 것이 없다. 가서도 요가를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일들이 나의 '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리라는 다짐이 있다는 것.




지인들의 물음에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어쨌든 잘 한 선택이다.

 

더는 나를 불안하게 하는 환경 속에 있지 않아도 된다. 업무를 놓치고 실수를 할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추운 교실에서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서류 정리를 하다가 뒤늦게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에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일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여기에 존재하면서 숨을 쉬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을 조금씩만 해 나갈 것이다. 잠깐 쉬다가 다시 나왔더니 눈이 바닥에 수북이 쌓였다.


나라는 작은 사람은, 내리는 눈을 그치라고 할 수 없다. 눈길을 밟으며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 요즘 많이 틀어놓는 노래 'little person'의 잔잔한 멜로디가 눈과 함께 들려온다.


https://blog.naver.com/hummingshell/222375834174https://blog.naver.com/hummingshell/222375834174



하얀 세상에서 새로운 삶이 손을 흔들고 있다.


"안녕, 어서 와."


웃으면서 갈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용기 내 걸어갈 것이다.



https://youtu.be/FXL8sbalC8I?si=vgpeMapFX6PNKZoQ




*사진: UnsplashNathan Duml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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