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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통나버린 내 에너지의 그릇

연습 2주차 뮤지컬 배우에게 에너지란


2주차 연습이 시작되었다.


지난주보다는 연습환경에 적응이 되어서 긴장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나도 배우 중에 한명이고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배우님들을 '언니'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2주차에 들어서고 나니, 배우들의 엄청난 에너지에 정신이 멍해지곤 한다. 무대에서 쓰는 에너지는 일상 생활의 에너지 사용과는 완전히 다르다.


합창만 해도 어떤 분위기를 전달해야 하는지에 따라 관객을 압도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게 합창 하나를 연습하고 나면 나는 에너지가 몽땅 빨려버렸다.




역할도 없는 앙상블인 내가 감당해야 하는 에너지의 양이 상당하다. 어제는 오전 오후 연습을 끝내고 멍한 상태에 빠져서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집에 가는 동안 운전을 40분정도 하는데 운전을 하면서 겨우 제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에너지를 다 썼을 때는 눈동자가 풀리고 생각도 제대로 되지 않고 내 영혼이 머리위 붕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쉼이 필요한 것이다.


집에와서 곧 바로 타이머를 맞춰놓고 침대에 누웠다. 동동이에게 엄마는 쉬어야 하니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 18분의 시간동안 두번은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고 시간이 흐른 후 눈을 떴을 때 비로소 다른 일상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겨났다.




연습중에 열심히 하겠다고 100퍼센트의 에너지를 쏟는 것은 위험하다.


다음 연습을 이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휴식이 중간에 꼭 필요하다. 사실 쉬는 시간에도 배우들이 모두 함께 있어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 했는데, 그게 에너지를 고갈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작은 에너지 그릇을 알아간다.




2주차 마지막 날인 오늘은 도서관 매점에서 먹던 밥이 질려서 처음으로 식당에 갔다. 새로운 메뉴인 뼈국, 김치나베, 냉우동을 시켰다. 와. 식당의 밥은 다르다! 아무래도 도서관 매점이랑 비교가 안된다.


뼈국 국물은 그야말로 시원하고 고기는 야들야들, 찍어먹는 양념장도 맛있다. 밥 먹으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할 시간이 생겼다. 고백하건데 같이 온 셋다 혼자 있는 시간을 엄청 좋아한다는 사실. 그렇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배우가 많다 보니 쉬는 시간에도 모두 함께 쉰다. 그러니 혼자 에너지 충전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작정하고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한 작전을 짰다.


앉아서 노래할 때는 노래에만 집중하기, 무대에서 연기할 때 에너지 사용하기, 쉬는시간에 너무 에너지 쓰지 않고 혼자 방에 들어가 편안하게 쉬기.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다보니, 내가 가진 에너지도 금방 알아봐주신다. 밝고 맑고 청량한 에너지를 잘 간직하기를. 다음주도 화이팅!!



*사진: UnsplashAnastasia Zhen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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