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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02. 2023

남편이 드디어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7월부터 새롭게 태어나는 그대를 축복하며.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하지만, 하나뿐인 신랑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신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 4년간 회사 본청 생활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산 사람입니다. 모르면 스스로 찾아보면서 배우고 회사일을 자기 일처럼 해냈습니다. 


그동안 75kg에서 88kg까지 10kg가 넘게 살이 찌고 말았습니다. 키가 작고 아담해서 도토리 같은 모습에 반했었는데 도토리가 밤톨이가 되더니, 어느 날 곰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주 큰 곰이요. 


얼굴은 전날 먹은 음식에 따라 아침이면 무섭게 부어오르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나요. 운동은 할 시간이 없다는데. 본청에서 나가서 좀 편안한 부서에 가게 되면 살도 자연히 빠질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신랑이 6월부터 '요가'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야 워낙 오랫동안 요가를 했지만 신랑이 갑자기 요가라니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사정인 즉슨,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김주환교수를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분이 요가와 명상을 강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신 분이자 명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분이셨습니다. 


(딱 한번 유튜브에서 봤을 뿐, 아직 책도 읽지 않아 자세히 적지는 못합니다.)



그분이 가장 최근에 쓰신 책으로는 '내면소통'이 있습니다. 신랑은 당장 책 두 권을 구입해 회복탄력성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내면소통이 읽고 싶었으나 신랑이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자기 책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읽는 걸 보지 못합니다. 저보고 읽고 싶으면 한 권을 더 사라네요? 




요가학원을 알아봤습니다. 회사 근처에서 퇴근하고 갈 수 있는 학원을 찾았어요. 필라테스랑 섞어서 수업하는 학원이 아닌 정통 요가학원으로. 그리고 옆에서 은근슬쩍 약간의 푸시를 넣었죠. 


그곳엔 남자 요가 선생님이 계십니다! 여태껏  많은 요가원에 다녀봤지만 남자 요가선생님에게는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요가원이 대부분 여탕..인데요. 그래서 남자 수강생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남자선생님이 있으니 든든합니다. 남자 탈의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학원도 많은데, 여기는 당당히 남자 탈의실도 있습니다. 


"여기가 좋겠다. 남자 선생님은 더 잘 가르쳐 주실 거야. 다른 남자 회원들도 많고~"




신랑은 이리저리 재어보더니 요가 상담을 갔습니다. 주 2회 3달을 끊었습니다! 박수 짝짝짝! 원장님과 강사님이 영업을 잘하셨나 봐요. 사실 3개월씩 끊는 게 가장 저렴하기도 합니다. 다음날 바로 수업 예약도 잡아주셨네요. 


신랑은 그렇게 첫 요가수업을 들었습니다. 


사실 신랑이 워낙 몸에 근육이 많고 잘 뭉치는 타입이라 신혼 때는 달달하게 마사지도 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동동이가 생기고 3살짜리 아가 쫓아다니느라 그런 마사지는 꿈도 못 꾸게 되었지요. 


혼자 출근하고 혼자 집에 와서 혼자 유튜브를 보다 잠드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어요. 일을 많이 하고 온 날에는 목이 쭈욱 앞으로 빠져서 거북이가 되어 말을 합니다. 나 오늘 일 진짜 많이 했어. 




우쭈쭈 해주시는 요가 선생님 덕분에 지난주에 무사히 주 2회 수업을 들었습니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어떻게 했는지 물구나무도 반 정도 섰다고 합니다. 아마 힘이 좋아서 뛰어 올라갔나 봅니다. 


요가 한 다음날 온몸이 아프다며 원래 이렇게 아프냐고 물어보는 신랑이 너무나 기특합니다. 


"응 원래 그렇게 아파.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모두들 그렇게 아프데."

아침에 일어나서 온몸을 비트는 신랑에게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2023년 7월 1일. 새로운 절반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신랑은 김주환 교수님의 책 '내면소통'을 들고 저자특강을 들으러 아침부터 나갔습니다. 사인회도 있다고 들뜬 모습입니다. 


김주환교수님이 강조하는 나와의 소통은 어떤 것인지, 그것과 요가와의 관계는 얼마나 가까운지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김주환 교수님 덕분에 신랑이 더 오래 튼튼하게 살 거라는 거. 교수님 감사합니다. 


2023년 7월 4일 새롭게 태어날 당신을 축복합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면 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도 바뀔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하나뿐인 단짝, 당신을 존경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당신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열정을 다해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고, 당신만의 독특함과 특별함으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기원합니다. 




*사진: UnsplashScott Broome






https://blog.naver.com/gmj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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