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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03. 2023

일어나서 딱 10분, 다시 눈을 감습니다.

하루 10분 아침 명상의 시작, 효과가 있을까? 타이탄의 도구들.

책 타이탄의 도구들을 뒤늦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왠 걸.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명상을 하라고 합니다. 타이탄들은 아침에 일어나 루틴이 대부분 비슷한데 그 안에 명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하루 10분 일주일만 명상을 해 보세요."


마침 신랑도 명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10분 동안 이어지는 잔잔한 노래를 틀고 눈을 감았습니다.




10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갑니다. 눈을 감고 숨을 쉬고 있으면 벌써 끝났나 싶어요. 그런데 또 어느 날은 너무 느리게 가기도 합니다. 한참 있었던 것 같은데 3분이 지나있고 또 2분이 지나있고 그래요. 그래서 시간을 보지 않기 위해 10분짜리 음악을 틀어놓고 명상을 합니다.


그동안 명상을 '무시' 하며 살았었는데요. 사실 몸이 워낙 틀어져 있어서 이 불편한 몸을 데리고 명상한다는 게 참 어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요가 자체가 명상이라는 사실을요! 몸을 움직이는 요가도 명상이었던 겁니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 요가를 다녀오면 신기한 경험을 하곤 했어요. 머릿속에 생각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떤 동작을 하기 위해 애를 쓰다 보면 다른 쓸데없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지는 거예요.


어느 날 지인이 '설거지를 할 때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르지 않아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설거지를 할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데요?'라고 대답했어요. 실제로는 딱 한 가지 생각만 들 뿐이었습니다. 빨리 설거지를 끝내고 싶다는 생각.


그런데 그분은 설거지를 하면 무수히 많은 생각이 떠오른데요.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 갑자기 떠오른 인연들 그 사람들과 있었던 일, 후회들. 매일 생각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떠올라서 다른 사람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설거지할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과 요가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닐 수도 있어요. 단지 성격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요가를 하면서 생각을 비우는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또 다른 명상 체험은 '모유수유'에서 였어요. 저는 모유수유를 13개월 동안 했는데요. 어느 날 '이게 바로 명상인가?'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수유쿠션 위에 아기를 올려놓고 수유를 했는데요. 적응이 되고 나서는 수유 중에 한 손으로 전자책을 읽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졸고 있었습니다. 아니, 조는 것과 같은 나른한 이완상태에서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어요.


모유는 아기가 쭉쭉 빠는 만큼 나오는 게 아니라 젖이 도는 '사출'이 일어날 때 많은 양이 나오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신기하게도 이상한 세계로 빨려 들어갔던 겁니다. 양쪽 눈썹 사이 이마에 어떤 집중되는 느낌이 들면서 눈이 자연히 감겼습니다.


저는 명상을 배워보거나 어플을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요. 모유수유를 하면서 '명상이 이런 게 아닐까?' 느껴볼 수 있었어요.




아침 명상을 시작하면서 그 기분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쉬면서 온몸을 공기로 채운뒤에 숨을 내뱉습니다. 그렇게 10분의 시간이 끝나고 눈을 뜨면 고요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바로 글을 쓰러 가죠.


어느 날은 동동이가 잘 자서 글을 많이 쓰기도 하고, 어느 날은 동동이가 일찍 깨서 생각만큼 쓰지 못한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명상을 하면 글이 더 잘 나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 글감을 얻기가 쉽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시기를. 그리고 혹시나 집중이 안되신다면 먼저 나의 소중한 몸을 돌아보시기를 기원합니다.


*사진: UnsplashLe Minh Phuong





https://blog.naver.com/gmj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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