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던 프로그램이 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알쓸신잡.
시즌1 첫 편인 통영 편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난중일기, 말은 너무 많이 들어봤는데,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난중일기 다 읽어봤어요?
누가 읽어봤겠냐 생각한 유희열이 물었고...
다른 출연자들의 반응은 '네, 그럼요, 당연하지'.
말문이 막히며 부끄러워하는 유희열...
당연히 안 읽어봤던 나는,
내심 찔려서 난중일기를 구매해뒀고,
그로부터 한참 뒤에 결국 다 읽었다.
난중일기 초반부를 읽다 보면,
이건 일기가 아니라,
일지가 아닌가 싶은 느낌이다.
맑음.
날이 흐렸다.
종일 비가 왔다.
업무를 보았다.
업무를 보지 않았다.
군사들을 검열했다.
망궐례를 드렸다.
활을 쏘았다.
이야기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또 술을 마셨다.
나도 많이 취해서 늦게야 관청에 나갔다.
크게 취해 돌아와서 밤새 토했다.
원 수사(원균)가 하는 짓이 극히 흉악했다.
원 수사의 음험하고 흉악한 품은 이를 데가 없었다.
(원 수사가) 잔뜩 취해서 흉악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함부로 했다. 가소로웠다.
종 순화가 어머님의 부고를 전한다.
뛰쳐나가 둥그러지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하다.
어머님 영 앞에 하직을 고하고 울며 부르짖었다.
(아들) 면의 전사를 알고 간담이 떨어져 못 놓아 통곡했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일이 어디 있을 것이냐.
이순신 장군은 그를 가장 비판적으로 평가한 기록이,
난중일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영웅이다.
난중일기는 그런 영웅을 새로운 시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하였다.
나도 나 자신을 좀 되돌아보자.
다이어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신년을 맞으며 다짐했다.
2주 정도가 지난 지금,
다이어리를 펼쳐 보니,
오늘부터 새로 시작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