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세 번째 이야기
아래 글들에 이은 3번째 글입니다.
https://brunch.co.kr/@gmsuhodaddy/50
https://brunch.co.kr/@gmsuhodaddy/51
이 친구는 저에게 트레이딩을 추천했습니다. 본인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수해 줄 테니 한번 도전해 보라는 것이었죠.
사실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시장에서 장기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느 정도의 자산을 이루었는지도 알고 있었고, 심지어 한 달에 얼마나 버는지도(카드 소비 내역을 보니 한 달에 4, 5천만 원씩 안정적으로 쓰고 있더군요) 알고 있는 사람이 본인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 준다고 하는데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요?
하지만 전 예전에 아버지가 파생상품으로 큰 손실을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친구에게 추가로 조건을 걸었습니다.
1. 내가 하는 트레이딩을 복기해 줄 것
2. 실시간으로 묻는 질문에 답해줄 것
3. 본인 진입과 청산 시 알려줄 것
4. 시황에 대한 리뷰를 해줄 것
요약하자면 24/365 실시간으로 붙어서 트레이딩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도대체 왜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이 저에게 이 방법을 알려주냐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글로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전 '동질감' 정도의 단어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 친구를 만나기 전 투자로 어느 정도 자산을 마련한 뒤에 우울증 증상이 있었습니다. 돈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막상 목표치를 찍고 나니 공허하게 느껴졌죠. 거기서 앞자리를 바꾸거나, 0 하나를 더 붙여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 목표 역시 달성하는 순간 똑같은 감정이 들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방황하는 시기에 이 친구를 만났었는데, 이 친구 역시 이야기해 보니 저와 정확하게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친구는 적극적으로 심리상담과 뇌파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증상이 더 심했었는데요, 이렇게 우울감을 같은 이유로 경험하고 있다는 동질감과 동시에, 완벽하게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어서 빠른 시간 안에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친구는 아마도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을 테고, 제가 트레이딩을 배워 성과를 내고 행복해 할 수 있다면 본인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트레이딩 바닥에 뛰어들며 원칙을 세웠습니다.
1. 총 투자 시드는 3000만 원으로 한다
2. 1000만 원씩 투입한다.
3. 3번의 깡통을 차면 투자를 종료한다.
지금은 사라진 FTX 코인거래소에서 마진 트레이딩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신기했던 것이, 가르쳐준 내용을 바탕으로 하니 하루에 평균 30, 4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벌리는 것이었습니다.. 1000만 원의 시드로 하루에 이 정도의 수익이 날 수 있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이었습니다. 심지어 손절도 잘했습니다. 생각대로 가격이 움직이지 않으면 짧게 끊고, 새로운 매매 타이밍을 잡았습니다. 이 친구는 그런 저를 보며 정말 혀를 내두르며 트레이딩에 타고났다는 평을 해 주더군요.
그러면서 점차 베팅 금액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기존에 기준이었던 3천만 원은 이미 정신을 차려보니 1억으로 증액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매매 방식도 배운 것과 다르게 점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안에 괴물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베팅의 사이즈가 커지더라도 동일한 원칙으로 매매를 해야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다. 돈의 사이즈가 커지며 욕심의 사이즈도 커지고, 두려움의 사이즈도 커집니다. 그러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 신기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렇게 매매를 꾸준하게 잘하던 친구 역시, 저와 같이 트레이딩을 진행하니 손실이 누적되어 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시장에 휘둘리는 것을 옆에서 직접적으로 보며 감정의 동요가 생겼기 때문에 본인도 멘탈이 흔들리며 매매에 지장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대충 3,4개월 만에 둘이 합쳐 3,4 억 정도는 날렸던 거 같습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고 계산해 보니 그 정도 금액이 되더군요. 하루에 7,8 시간 이상 눈이 아프도록 차트를 공부하며 매매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었습니다.
투자를 할 땐 본인이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이건 투자뿐 아니라 커리어도, 그 무엇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을 잘 이해하는 만큼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로 본인에게 큰 경제적인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단기 시계열의 트레이딩도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이 모여 소수만이 이겨나가고 있는 바닥입니다. 그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말 많은 시간 치열한 공부를 통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아가야 합니다. 그 과정 없이 단시간에 큰돈을 벌고 성공하겠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는 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최소한 2, 3년은 인생을 다 바쳐서 올인하고, 그전까진 돈을 날린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다. 그런데 마지막이 해피엔딩일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뒤 전 트레이딩 시장을 떠났고, 다른 투자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맞는 좀 더 긴 시계열로 중장기 투자를 합니다. 그 친구는 아직도 수련의 과정을 거듭하며 매일 엄청난 학습량을 통해 본인의 방법을 가다듬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만큼 성과가 점점 좋아지더군요.
그 친구가 하루에 10시간 이상 트레이딩과 관련된 일을 하지만, 실제로 매매를 하는 시간은 하루에 1시간 남짓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8, 9시간은 책을 읽고, 기존 트레이딩 서적들과 자료들을 공부하면서 본인의 방법을 뾰족하게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판단을 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유기농 음식을 먹고, 좋은 공기를 찾아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매매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동요될 때에는 절대로 트레이딩을 하지 않습니다.
전 트레이딩에 뛰어들고자 하는 분들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디까지 각오가 되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