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10화 결혼조건(1-2)
그 당시에 러브장이 유행했었다.
자매품 우정장도 있었는데,
러브장이 무엇이냐면은
공책에 러브러브한 오글거리는 말을
그림이나, 오려 붙이고 꾸며서
사귀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었다.
러브장을 꾸미는 것도
문구점에 팔고 했었는데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가며
그 아이에게 줄 러브장을 만들었다.
빨리 완성시키고 싶었다.
그때의 스프링공책은 지금처럼 얇지 않고
두툼했었는데
두툼한 공책을
꽉꽉 채워 만든다고 고생했다.
밤을 계속 새우기도 했고
없는 아이디어를 내며 만들기도 했다.
손에는 굳은살이 박히고
그 좋아하던 드라마도 보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이사 가는 전날이었던 거 같다.
전날에 완성을 했고 전해주러
그 아이의 집까지 갔었다.
두근거리던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싫어할까 좋아할까,
사실 그게 상관이 없었다.
싫어한다 해도
나를 좋아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 아이는 곧 떠날 아이였으니까,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다 해도
그렇게 상처받을 일도 아닌 걸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본인을 좋아했던
아이가 만들었던
그리고
러브장을 받았던
그 기억이 있다면 시간이 지난 후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 순간이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날이 올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 아이뿐만 아니라
나도,
누군가를 위해
밤을 새워 마음을 전하는 일,
아무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 갈 수 있는 날에
특별한 날을 새기는 그런 날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상처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아이의 성품처럼
어머니도 나이스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초인종을 눌렀는데 답이 없었다.
차갑고 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 그 아이의 어머니였다.
“안녕하세요. 000인데요.
000한테 전달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00 이는 왜? 뭐 전달하는 건데? “
”러브장이요 “ 하니
신경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함을 치는 게 현관문 밖으로 들렸다.
무슨 사이인데 집 앞까지 찾아오냐면서
믿을 사람은 너뿐인데
지금부터 이러면 어떡하냐면서 아빠가 죽고 나서….
더 이상은 이야기를 못하겠다.
순간 얼어붙었다.
괜히 러브장을 만들어서,
이사 간다고 괜히 전해줘서,
이 러브장이 뭐라고
그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서
죄책감이 들었다.
현관문이 열렸다.
어머니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안 좋은 표정으로 그 아이가 나왔다.
나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러브장을 전달하고
집 가는 내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당황스러운데
그보다 그 아이가 나 때문에
혼나는 게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그러곤
그 아이를 보지 못했다.
이사를 가버렸고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충격이 되게 컸다곤 했다.
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책임감이 컸고
또,
그 친구가 똑똑해서 뒷바라지를 하고 싶었다고
공부를 잘하는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어떻게 자세히 알고 있냐고 하면은 비밀이다.
그 친구가 또래보다 어른스러웠다는 거,
그런 아픔이 있었다는 거,
엄마를 이해할 만큼 단단한 사람이었다.
당시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른의 고통과 어두움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 일 이후로 결혼할 만큼 좋아하는 상대가 생기면은
조건이 붙었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어느 날 불의로 사고로 남편이 하루아침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처자식까지 있는데
나는 그걸 알고도 이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는가? 의 조건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짝사랑했던 사람들에서는 없었다.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면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도
이 사람의 아이를 낳고도
혼자서 책임을 질 결정을 하게 되는 사람일 것이다.
전학 간 전학생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축구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고
멋있었는데,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았길 바란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미리 적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데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썼는데 마음이 썩 좋지 않다.
그 아이의 동의 없이 올리는 거고
싸이월드시절에도
그 아이를 찾아봤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익명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는데
이 글이 본인 같다면 댓글을 달아줘, 제발!
-다음 편에 계속